지난 28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가 끝난 직후 한 국회의원은 기자에게 이 같은 불만을 털어놨다. 여당의 기초연금 절충안의 수용 여부를 묻는 이날 의총에선 반대파의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 합의에 실패한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또다시 대국민 여론조사를 묻겠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새정치연합이 여론조사를 ‘전가의 보도’인 양 휘두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찍이 당론으로 확정했지만, 새누리당의 공조 거부로 새정치연합의 최대 딜레마가 됐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한 것도 바로 여론조사였다.
똑같은 ‘룰’로 선거를 치르게 됐다는 명분에 가려졌지만, 당시 여론조사 문구나 형식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새누리당 공천 강행’을 전제로 한 여론조사가 공천 찬성을 유도했다는 이유에서다. 하물며 기초연금처럼 복잡한 사안에 대해 어떻게 공정한 문항을 만들 수 있을지 여론 전문가들은 의문을 표시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안, 국민연금 수급액 연계안, 소득수준 연계안 등 다양하고 복잡한 선택지가 있는 상태에서 문항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순간마다 여론조사에 기대는 모습을 보며 새정치연합의 허약한 리더십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1인 헌법기관으로서 130명 의원 개개인의 소신은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토론과 합의를 거쳐 총의를 모으지 못하면 정당 정치의 미덕은 물론 존재 이유도 사라진다.
윤희웅 정치컨설팅 ‘민’의 여론분석센터장은 “정당의 역할은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것이다. 모든 중요한 결정을 당내에서 하지 못하고 국민에게 묻게 되면 정당 존재에 대한 회의론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잦은 여론조사에 대한 비난을 의식한 듯 “끝까지 귀를 열고 듣겠다는 민주적 리더십”이라고 애써 의미를 부여했다. 외부에선 리더십 실종을 여론조사로 ‘물타기’하려 한다는 의혹을 품고 있다.
고재연 정치부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