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靜中動) 증시'로 불린 4월에 이어 5월 증시도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상당수다. 게다가 '세월호 트라우마'로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적인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5월 증시 '세월호 트라우마'…증권街 투자 시계 엿보니
반면 시장이 기대해온 글로벌 정책 공조와 경기 부양책이 가동될 조짐이 높아지고 있어 긍정적이란 관측도 팽팽하다. 전반적인 비관론에 맞서 곳곳에서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모양새다.

◆ 5월 코스피 지지선은 1950선?

코스피 지수의 5월 박스권은 1950~2050선으로 제시됐다. 특히 지지선인 1950선은 상승 채널의 하단, 환매의 기준점,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등 다중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비관론이 거세도 1950선 밑으로 빠질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대신증권 오승훈 시장전략 팀장은 "1950선은 지난해 6월 저점 이후 상승 채널의 하단에 해당하는 가격대인 동시에 수급 측면에서도 코스피가 박스권 흐름을 보인 2012년 이후 펀드 환매의 기준점으로 작용해 왔다"고 분석했다.

1950 아래에선 펀드로 자금유입이 나타났고, 1950 위에서는 반대로 자금 유출이 진행됐다는 것. 그는 "1950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고려해도 의미있는 지수대로, 현재 글로벌 PBR 기준 1배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 5월 주요 이벤트와 경계 대상

5월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이벤트로는 한국 4월 수출 예상치(1일), 유럽중앙은행(ECB) 회의(8일), 유로존 1분기 GDP(15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21일),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25일) 등이 꼽혔다.

먼저 미국 지표는 한파 영향을 벗어나 전월보다 개선된 성적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의 유럽 경기 전망도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반영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진투자증권 정동휴 투자전략팀 연구위원은 "5월 증시는 선진국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 선호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일본의 정책 모멘텀(상승동력) 발생으로 인한 반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한국의 수출 역시 선진국 경기회복을 반영해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이 높아 이달 초 경제지표는 코스피 지수의 반등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계해야 할 이벤트는 5월 중순 이후 대기하고 있다는 것. 대신증권은 "5월 21일 연준 통화정책 회의록 공개가 첫 번째 관문이 될 것이고, 25일로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선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보다 갈등의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 5월 포트폴리오 전략 ① 대형주 반등 무게…화학·조선·건설 관심

그렇다면 5월 증시에서 필요한 '매수 전략'은 무엇일까. 대형주 반등 가능성이 높다는데 베팅, 이익을 감안한 낙폭과대 업종부터 찾아나서는 것이 유효하다는 전략이 나왔다.

대우증권 이원선 퀀트전략팀 연구위원은 "5월 포트폴리오 전략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변수로는 1분기 기업 실적, 유럽 경기 회복 가능성, 원화 강세에 따른 환율 민감도"라고 말했다.

증시가 기대하는 기업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많이 낮아진 것이 일단 긍정적이란 평가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해 4분기 초유의 실적 쇼크를 겪은 뒤 맞이한 첫 실적 시즌이라서 올 1분기가 중요했다"면서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35% 정도의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치를 웃돌았는데 모두 경기민감주(株)였다"고 진단했다.

대형 경기민감주에 대한 모멘텀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여기에 있다. 유럽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대형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유럽 대표 지수인 Stoxx600을 기준으로 본 경기민감주의 방어주 대비 상대강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특히 투자활동의 바로미터인 산업재, 건자재 기업의 주가 상승과 마진율 개선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귀띔했다.

비용절감을 통해서라도 마진율이 개선되면 기업의 자금 선순환이 가능해서다.

환율 민감도가 이미 낮아졌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는 "반도체, 유통, 정보기술(IT), 디스플레이, 철강 등은 원화강세 국면에서 승률과 원화약세 국면에서 승률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주가 반응이 원·달러 환율에 민감하지 않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가격민감도가 확연히 줄어들었고, 해외공장 이전과 환 헷지 등으로 환율 변동성을 줄여놨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업황, 이익 모멘텀, 밸류에이션을 감안한 5월의 선호 업종은 화학, 조선, 유통(소매), 통신, 보험, 은행 등으로 제시됐다. 낙폭과대 업종을 감안하면 건설, 운송업종도 유망하다는 분석.

◆ 5월 포트폴리오 전략 ② 2분기 성장성 기대…가치형 스타일 접근

5월 포트폴리오 접근 방법은 1분기 실적이 가시화되고, 2분기 성장성에 기대감이 형성되는 점을 고려한 접근이 유리할 수 있다는 전략도 눈에 띈다.

반도체, 음식료, 생활용품, 유틸리티 업종 비중을 늘리는 반면 금속, 증권, 운송, 에너지 업종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 이 전략의 핵심이다.

HMC투자증권 박재위 퀀트전략 애널리스트는 "근래 개별 종목 장세와 함께 투자주체별로 기업 실적에 대한 무게중심이 달랐다"면서 "이 때문에 향후 실적 기대감이 2분기로 이동, 이미 반영돼 왔던 성장성과 밸류에이션의 변화를 고려하는 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현재 대내외 변동성이 줄어들고 있어 선별적인 대형주와 가치주 접근도 같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필수소비재의 경우 물가와 유가 변동 영향으로 4월보다 기대 수익률이 개선될 수 있고, IT 중 반도체는 환율영향 감소와 소비자물가 그리고 중국 구매관리자지수(PMI) 상승 요인으로 기대 수익률이 좋아질 것으로 박 애널리스트는 예상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에너지업종은 시장요인 변화가 크지 않은 가운데 유가하락 전망으로 주가흐름이 부정적일 수 있고, 증권주는 5월 증시 횡보 전망이 짙어 투자 매력이 덜하다"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