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은 아파트 '지긋지긋' 주차 전쟁…가장 싸게 주차장 늘릴 방법은 '리모델링'
서울 대치동 ‘대치 우성2차’(현 대치 래미안 하이스턴) 아파트는 3년 전만 해도 매일 아침 주차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지난 2월 리모델링이 끝난 뒤 상황이 달라졌다. 당초 158대였던(가구당 0.45대) 주차 규모가 리모델링 후 461대(1.3대)로 늘어나고 지상은 차 없는 단지로 탈바꿈했다.

주차 규모 확대, 배관 교체, 내부 공간 확장 등 주거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리모델링 대상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서울 강남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강북이나 수도권 등에선, 수직증축으로 15%까지 늘어나는 아파트 일반분양을 통해 사업비를 일부 줄이는 동시에 주거환경 개선을 통한 생활 편의성 증대에 따른 가치 상승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단지별 상황 고려해야

수직증축 리모델링 단지들이 고려해야 할 변수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단지 배치, 평형대 구성, 동간 거리, 여유부지 보유 등을 리모델링 단지의 사업성과 관련이 깊은 요소로 꼽고 있다. 단지 배치가 어떻게 이뤄지고 동간 거리가 얼마나 넓으냐는 리모델링 후 쾌적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중대형 평형대로 구성된 단지는 상대적으로 평면을 개선하기가 중소형대보다 쉽다. 어린이집 실버센터 등 부대시설이 넓을 경우 별개 동의 증축도 할 수 있다.

개별 단지의 주변 환경도 중요하다. 지하철역과의 거리, 주변 명문 중·고교와의 접근성 등이 일반분양 가격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 신민수 쌍용건설 차장은 “교통 등 입지여건이 뛰어나지만 건물이 낡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단지들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기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분 리모델링도 검토 대상

개별 단지 여건에 맞는 리모델링 최적화 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주택면적을 키울 경우 공사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대형 단지라면 기존 주택 면적은 유지하고 화장실 주차장 등 편의공간을 개보수하는 ‘부분 리모델링’도 검토해 볼 만하다. 기존 건물의 철거를 최소화하고 수요자의 리모델링 수요를 파악해 엘리베이터 주차장 화장실 거실 등 필요한 부분을 선택해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사업성에만 초점을 맞추면 서초·강남·송파 등 서울 강남3구와 성남 분당신도시 등이 우선 리모델링 대상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 좀 더 유연한 자세를 취할 경우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주거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입주민의 동의율이 80%를 넘어야 하는 것도 고려대상이다.

리모델링 컨설팅업체인 다담플랜의 이명준 사장은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은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목표가 분명하지만 리모델링은 아쉬운 대로 살자는 주민들이 있어 사업 추진 동력이 약할 수 있다”며 “단순히 재테크 개념으로 접근하는 재건축 사업 대신 주거의 질을 높이면서도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맞춤형 리모델링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수/김동현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