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푸르른 날에’.
연극 ‘푸르른 날에’.
연극 ‘푸르른 날에’와 ‘봉선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 치유의 무대 미학으로 호응을 얻었던 공연들이 푸르른 5월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역사의 비극과 아픔을 기억하고 보듬는 이 공연들은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거나 우울해진 마음을 달래고 어루만져 줄 만한 작품이다.

서울 남산드라마센터에서 공연 중인 정경진 극작, 고선웅 각색연출의 연극 ‘푸르른 날에’는 2011년 5월 초연 이후 매년 이맘때 무대화되는 작품이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인생의 가장 푸르른 날을 역사에 빼앗긴 사람들의 비극’으로 되살린다. 극은 과거와 현재, 기억과 현실을 오가며 경쾌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신파와 정극, 희극, 뮤지컬 등 다양한 양식을 혼합해 역사적 비극과 상처를 조금은 홀가분하게 바라보고 기억하게 해준다.

고선웅 연출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바라보며 용서하고 화해하는 이야기이자, 한 사람이 어떤 삶의 업을 짊어지고 30년간 스스로 자신을 형살이하는 이야기”라며 “공연을 계속 올리면서 저 자신도 인생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성숙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학선 정재은 이영석 이명행 등 배우 대부분이 4년째 같은 역으로 무대에 선다. 내달 8일까지, 2만5000원.

연극 ‘봉선화’.
연극 ‘봉선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르고 있는 윤정모 극작, 구태환 연출의 ‘봉선화’는 일본군 위안부의 상처와 아픔을 먼 옛날 이야기가 아닌 오늘을 사는 우리 삶의 문제로 풀어낸다. 윤정모 작가가 1982년 발표한 소설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가 원작이다. 윤 작가는 “젊은이들을 위해 쓴 극본으로, 그들로 하여금 사실을 파헤쳐 가도록 했다”며 “주인공인 대학원생 수나의 외가를 친일, 친가를 위안부 피해 집안으로 설정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동시에 조명하고 각각의 심리와 인식 차이를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극단이 초연했다. 극 후반부 세대 간에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장면과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전하는 할머니들의 증언이 감동적이다. 초연에 비해 등장인물들의 정서를 보다 섬세하게 표현하고 캐릭터의 완결성을 보완하는 등 완성도를 높였다. 이재희 이창직 강신구 최나라 등 초연 배우들이 출연한다. 오는 11일까지, R석 3만원·S석 2만원.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오는 3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본 공연을 시작하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한정석 극작, 이선영 작곡, 박소영 연출)는 6·25전쟁 때 포로 이송 과정에서 무인도에 갇히게 된 북한군과 국군의 이야기다. 극한 대립을 벌이던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낸 가상 인물이자 각자 마음속에 있는 ‘여신님’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위로받으며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전쟁의 비극을 판타지와 유머를 섞어 유쾌하게 풀어가면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는다.

연극적 요소가 강한 뮤지컬로 지난해 충무아트홀 소극장에서 초연돼 큰 인기를 모았다. 이번 공연은 소극장에서 중극장으로 공연장만 커졌을 뿐 무대 세트나 공간 연출, 극 진행 등에서 초연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프리뷰 공연에선 배우들과 제작진 모두 공연장에 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배우들의 불안한 연기와 호흡도 본 공연에선 좀 더 가다듬어야 한다. 7월27일까지, R석 7만원·S석 6만원·A석 5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