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피해 입증·금융회사가 '중대과실' 없음을 입증해야
금소원 설치는 합의 안돼…올해 설치는 어려울 듯


금융사가 고객 정보 유출시 피해자가 입은 피해금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국회 본회의에서도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고객 정보 유출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내년부터 본격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가해자의 불법행위로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의 손해액보다 더 큰 배상을 부과하는 형벌적 성격의 손해배상 제도다.

이는 올해 초 카드 3사의 1억여건에 달하는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등 금융권의 잇따른 정보 유출로 고객들의 피해가 우려되면서 금융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피해자를 구제하려는 방안의 하나로 도입이 추진됐다.

정부는 그동안 기존 법체계와의 상충, 과도한 규제 등의 이유로 반대해 왔으나, 야당의 지속적인 주장 등에 따른 입장 선회로 도입이 가능하게 됐다.

배상 한도는 이미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 하도급거래 공정화법에 따라 '손해액의 3배 이내'로 정해졌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함께 논의됐던 집단소송제와 배상명령제는 도입되지 않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면서 금융회사의 고객 정보 관리에 대한 책임이 그만큼 커지게 됐다.

고객 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가 확인되면 최대 3배까지 배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천만건에 달하는 고객 정보를 보유한 금융회사로서는 올해 초 카드 3사의 대규모 정보 유출고 같은 사태가 재발하게 되면 막대한 배상 책임이 주어진다.

개정안은 법 시행 이후부터 적용하게 된다.

소급 금지에 따라 이번 정보유출 당사자인 카드 3사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고객 정보를 부주의하게 관리해 유출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면 엄청난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다만 앞으로도 실제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정보 유출만으로는 배상이 되지 않고, 유출에 따른 피해가 발생해야 한다.

피해 발생에 따른 입증은 피해자가 해야 한다.

금융사가 '중대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해야 하도록 규정한 것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어느 정도 과실을 손해배상 적용이 가능한 '중대과실'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피해자인 개인이 금융회사를 상대로 다투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금전적 피해 외에 정신적 피해 산정에 대해서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의 정보가 빠져나간 것으로만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의 파급력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했던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은 4월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않아 사실상 올해 설치는 어렵게 됐다.

여야는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분리해 신설하는 한편, 금소원의 상위 기구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금소위)를 설치하는 방안에는 어느 정도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금소원에 금융회사의 영업행위에 대한 감독 업무를 부여하고, 금소원을 통제할 최고의사결정기구로 금소위를 두는 것이다.

그러나 금소위의 권한과 기능을 규정하는 문제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야당은 현재의 금융위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금소위를 설치하는 방안을 주장했지만, 금융당국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