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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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님표 여주쌀, 안심신선특란, 명품김밥세트, 주부초밥짱, 세척 당근, 시금치, 부산어묵…. 농협중앙회가 판매하는 ‘행복 꾸러미’의 한 종류인 ‘김밥애(愛) 꾸러미’에 담긴 상품들이다. 직장 일과 가정 모두 챙겨야 하는 조준희 씨(44)는 가족 나들이를 준비할 때마다 이 꾸러미를 찾는다. 농협이 엄선한 친환경 농산물부터 식품까지 라면 상자 크기의 포장 상자에 촘촘하게 담겨 원하는 시기에 배달받을 수 있다. 조씨는 “꾸러미를 이용하면 가격도 싸고 시간도 절약된다”며 “여유가 있을 때는 물품 하나하나 구입할 수 있는 ‘알뜰바구니’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농협의 농산물유통·판매 혁신 덕분이다.

○확 달라진 유통·판매

농협이 산지 농산물 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선보인 ‘농산물 꾸러미’가 맞벌이 부부와 나홀로 가구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알뜰 주부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농산물 전문 온라인쇼핑몰 ‘농협a마켓(nhamarket.com)’ 매출은 꾸러미 덕분에 올해 수직 상승세다. 4월 매출은 지난 25일 기준으로 331억원을 기록했다. 쇼핑몰을 새롭게 개편 오픈했던 지난 1월 매출 84억원의 4배 수준에 이른다.

‘꾸러미 사업’ 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또 다른 비밀은 상생 마케팅에 있다. 농산물 유통에 기업의 공유가치(CSV) 경영을 접목하면서 판매가 확 늘었다. 예를 들어 SK그룹은 임직원 복지 차원에서 농식품 꾸러미를 정기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임직원 1만6000여명 전체 기준으로 한 해 70억원어치 농산물을 배달받고 있다. SK그룹은 임직원을 챙기고, 농민들은 든든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농협중앙회는 2012년 3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주식회사 방식으로 신·경 분리한 이후 농식품 유통·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안성농식품물류센터를 개장하면서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판매 활로도 넓어졌다. 기존 도매시장 방식의 다단계 유통 구조가 대폭 간소화됐다. 물류센터의 소포장 기술이 각종 농산물에 접목돼 소비자 맞춤형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농산물 꾸러미 상품이 판매 가능해지고, 농협a마켓의 경쟁력이 몰라보게 달라진 배경이다.

최첨단 물류 시스템을 구비하면서 농협의 수출 경쟁력도 크게 높아졌다. 산지농협의 품질 좋은 농산물을 저온 저장하고 소포장이 가능해지면서 신선 제품의 수출길이 열린 것이다. 실제 농협은 식품 안전에 관심이 높은 일본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을 늘리고 있다. 최근엔 세계 최대 농식품 소비시장인 중국을 뚫기 위해 100여명의 수출개척단을 구성해 파견, 성과를 올리고 있다.

○종자산업 강자로 우뚝

농협은 농자재의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농우바이오와 인수합병(M&A) 계약을 맺은 것은 이런 정책의 연장선이다. 비료업계 1위인 남해화학과 농약업계 2위인 농협케미컬에 이어 국내 종자업계 1위 농우바이오까지 손에 쥐었다. 비료·농약·종자 3대 농자재 공급기반을 갖추면서 농민들은 농업 생산비 절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상욱 농협 농업경제 대표이사는 “농우바이오 인수로 농민에 실익을 줄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고 말했다.

농우바이오는 전체 임직원 가운데 연구인력이 40%(171명)에 달하는 종자업체로 아시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한다. 중국 인도네시아 미국 인도 미얀마 등 해외에도 연구소를 두고 있다. 신품종 파프리카와 토마토 등 일부 종자가격은 금보다 비쌀 정도여서 연구개발(R&D) 능력은 곧 종자업체의 경쟁력이다.

농협은 기존 농협종묘와 함께 농우바이오를 거느리게 돼 외국 경쟁업체를 제치고 국내 종자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됐다. 국산 종자의 수입 종자 대체도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 농민을 위해 고품질 종자를 저렴한 값에 공급하는 한편 프리미엄 종자 시장을 공략해 해외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전략을 펼 계획이다.

이 대표는 “농우바이오와 농협종묘의 국내 시장점유율 단순 합계는 27% 수준이지만 시너지 효과를 감안하면 40%까지 가능하다”며 “농우바이오의 R&D 능력을 키우고 현재 2000만달러인 수출 규모를 1억달러까지 키워 글로벌 톱10 종자업체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조진형/고은이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