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농업경제, 농가 3000곳 뭉쳐 '싱싱한 수출'…글로벌 식탁 '맛있는 점령'
단감을 주로 생산하는 경남 지역농협 18곳은 몇 년 전만 해도 치열한 수출 경쟁을 폈다. 지역농협이 각각 수출 판로를 찾다 보니 때로는 가격 덤핑도 감수해야 했다. 이런 출혈 경쟁이 2010년 사라졌다. 농협중앙회의 지원 아래 수출연합 전선이 구축되면서다. 수출 창구가 단일화되면서 덤핑은 사라졌고 자연스레 시너지가 솟아났다. 연합조직이 생긴 이후 단감 수출 물량은 이전보다 51% 증가한 연간 5776t(3년 평균)에 이른다. 농가 소득도 19% 불어났다.

한국판 ‘제스프리’ 전략

이 같은 단감 수출 농가 연합조직은 농협중앙회가 추구하는 한국판 ‘제스프리’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의 글로벌 키위 브랜드이자 수출농가 조합이다. 농협은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스프리와 같은 연합조직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수출 농가 연합을 5곳 조직했고 올해 7곳, 내년에는 10곳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합조직 육성자금 등 수출 자금 지원 규모를 올해 1100억원에서 내년 2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농협은 수출 연합조직에 참여하는 수출 전업농가 수도 3년 내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1500여곳 수준인데 2017년 3000곳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수출 전업농가와의 계약재배로 안정적인 수출 물량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다. 수출가격이 떨어질 경우 국내 출하가격과 비교해 차액을 보전해주는 수출손실 보존자금도 올해 4억원에서 내년 10억원으로 늘린다.

농협은 수출 농가를 조직화하면서 농협 제품 브랜드도 업그레이드했다. 지난해 8월에는 수출 공동브랜드 ‘K-시리즈’를 상표 등록했다.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유력 수출시장에서 농협 브랜드를 통일시켜 고품질과 안정성이라는 이미지를 높이는 전략이다.

농협은 특히 올해를 해외 농식품 시장을 공략하는 원년으로 삼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이 체결될 경우 무관세나 낮은 관세 혜택을 이용, 상대국 시장으로도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종전처럼 내수시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출 기회를 찾겠다는 의지다.

세계 최대 시장 중국 적극 공략

중국의 농식품 소비시장은 세계 최대다. 농협은 사상 처음으로 수출개척단을 꾸려 지난 4월에 이어 5월까지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100여명을 중국 각 도시에 파견한다. 개척단은 베이징, 상하이, 산둥, 칭다오 등 중국의 주요 수출시장과 생산단지를 점검하고 바이어와 직접 만나 수출 상담을 진행한다.

중국에선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어느 때보다 먹거리 안전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농식품 수입 총액은 지난해 1008억달러로 최근 5년간 연평균 21.8% 증가했다. 한국 농식품의 중국 수출 규모는 지난해 9억4750만달러로 전체 중국 수입 규모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수출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현재 신선식품 김치 등의 중국 수출이 막혀 있지만 중국에선 우유 음료 등 가공식품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은 우선 유자차 김 우유 등 각종 가공식품 위주의 수출 전략을 짜고 있다. 중국 내 주요 도시에 안테나숍을 적극 운영해 현지 마케팅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농협은 한국 신선농산물 수요가 많은 일본 수출 물량도 늘려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일본 최대 유통업체인 이온(AEON)그룹에 신선농산물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이온그룹과 맺은 양해각서(MOU)에 따라연말까지 300만달러 규모의 신선농산물을 수출할 계획이다. 상반기엔 배와 애호박 멜론 수출에 집중하고 하반기엔 양배추 위주로 공급하기로 했다.

농협은 수출시장별 수요 특성을 분석해 수출 대상 국가마다 주력 신선농산물 품목을 달리하고 있다. 일본(파프리카), 대만(배), 중국(밤), 홍콩·싱가포르(딸기), 미국(배) 등 국가마다 선호하는 한국 농식품이 다르기 때문이다. 농협은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 농식품 수출 규모를 4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2억6000만달러보다 53% 늘어난 것이다. 2017년엔 수출 규모 1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