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농업경제, 기업이 낸 광고비 만큼 농산물값 인하…6개월만에 18억 유치
18억5900만원. 지난 6개월간 농협중앙회가 각종 농산물에 유치한 광고 금액이다. 마늘, 감자, 배추, 사과, 깐마늘 등 여러 농산물이 기업들의 ‘광고판’이 됐다. 농산물 포장지에 붙이는 광고 스티커가 기업들의 유용한 홍보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다.

농협이 유통 혁신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 같은 농산물 상생 마케팅은 농가에는 판로 확대, 소비자들에게는 가격 인하, 해당 기업엔 기업 이미지 향상, 시장 전체에는 농산물 가격 안정이라는 1석4조의 효과를 안기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이 마케팅은 농산물 포장지 등을 광고판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기법이다. 기업들이 내는 광고비만큼 농산물 가격을 깎아주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CJ제일제당으로부터 7000만원을 받은 서울과 고양시 지역의 하나로마트가 소비자들에게 2개 값으로 3개를 제공하는 ‘2+1’ 행사를 하면서 포장물 겉면에 ‘CJ제일제당이 무 1단을 더 드립니다’란 스티커를 부착하는 식이다.

지금까지 20여개 기업이 이 상생 마케팅에 참여했다. 총 광고금액은 18억59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광고한 풀무원 등 식품업체 15여곳과 LS엠트론, LH(한국토지주택공사), KT&G, 농협생명 등에 이어 올해는 홈앤쇼핑, 롯데주류 등이 이 광고에 참여했다. 현재 1억원 규모로 광고를 진행 중인 롯데주류는 ‘2014 고양꽃박람회’에서 수박과 토마토, 쌀 등을 기존 판매가보다 1000~3000원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고 농산물엔 ‘롯데주류가 농산물을 싸게 드립니다’란 스티커를 붙였다. 롯데주류의 광고는 오는 11일까지 진행된다.

연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소 제화업체 안토니도 같은 방식으로 배추에 기업광고를 하고 있다. 배추는 풍작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농가에 주름살을 드리우고 있는 대표적 품목. 하지만 이들 기업이 광고를 통해 지원에 나서면서 농가는 넘쳐나는 농산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가 자리를 잡게 됐다.

지난해 시작한 1차 마케팅에서 총 30만포기, 5t 트럭 150대 분량의 배추가 시중가보다 30%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팔려나갔다.

이 사업에 5000만원을 쾌척한 김원길 안토니 대표는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낮았는데 상생광고를 내보낸 뒤 문의 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즐거워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