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처럼 대형 인명피해를 낸 여객선이 대개 로로선으로 알려지면서 로로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로선의 ‘로로(RO-RO)’는 ‘roll on-roll off’의 약어로, 화물을 싣고 내리는 방식을 가리키는 용어다. 자동차나 짐을 바퀴가 달린 트럭, 트레일러 등에 실어 운반하는 것을 의미한다.

로로의 장점은 신속한 선적과 하역에 있다. 부두와 배 사이에 연결 경사판(램프)을 설치하고 뱃머리를 열어 차량을 싣는 자동차 운반선, 여객과 차량을 함께 실어나르는 카페리(car ferry)가 바로 로로선이다. 로로 방식의 바지선도 있다. 반면 크레인으로 화물을 싣고 내리는 컨테이너선 같은 배는 ‘LO-LO(lift on-lift off)선’이 된다.

최초의 로로선은 1833년 스코틀랜드의 기차 페리였다. 기차를 통째로 배에 실어 운하를 건넌 것이다. 1차대전 동안 트럭 탱크 대포 등 다양한 화물을 로로 방식으로 운반했고, 2차대전 때는 로로 화물선이 처음으로 도버해협으로 나갔다. 50년대 민간의 로로선 개발이 본격화됐고 60년대 초 자동차 운반선도 등장했다.

하지만 잔잔한 강이나 운하에 적합한 로로선이 험한 바다를 누빌 때 문제가 없을 리 없다. 선수나 선미가 열리게 설계된 탓에 한번 물이 들어오면 순식간에 가라앉는 것이다. 더구나 대형 카페리의 등장으로 인명 피해도 대형화됐다.

1987년 영국 카페리선 ‘헤럴드 오브 프리 엔터프라이즈호’는 뱃머리 출입문이 열린 채 출항했다가 바닷물이 들어온 지 불과 몇분 만에 가라앉았다. 193명이 사망해 1차대전 이후 영국 배의 최대 인명사고로 기록됐다.

이외에도 1994년 852명이 사망한 에스토니아호, 2006년 사망자가 1000명에 달한 이집트 알살람 보카치오 98호도 모두 로로 여객선이다. 그래서 일각에선 로로를 ‘roll on-roll over’로 바꿔 부른다. 선적도 빠르지만 전복(roll over)도 빠르다는 조롱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 탓에 로로 화물선의 경우 건현(乾舷)을 대폭 높여 침수에 대비한다. 싱가포르의 자동차 운반선 쿠커에이스호는 2006년 배가 80도가량 기울었는데도 가라앉지 않았다. 물론 세월호 같은 여객선에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이미 1997년 로로 여객선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차량을 싣는 공간에 침수를 막을 수직격벽이 없고 무게 중심이 높아 전복이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안여객선은 적용대상이 아니었다. 어처구니없는 참사 탓에 한국인은 배 전문가가 되어간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