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소통 거부하는 중국원양자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원양어업업체인 중국원양자원은 지난달 28일 오후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원금 및 이자 204억원을 지급하지 못했다”는 짤막한 공시를 냈다. 공시대로라면 채권단이 담보로 잡은 이 회사 최대주주 장화리 대표의 주식 대부분을 반대매매해 경영권이 바뀔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반대매매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회사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다. 이 회사가 작년 11월 말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3분기 보고서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 전화를 받았지만 “두 달 전에 바뀐 번호”란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기업개황정보에 기재된 전화번호 역시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중국원양자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중국 본사 연락처만 있을 뿐 서울사무소 번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수소문 끝에 이 회사의 홍보 대행사와 연락이 닿았다. 대행사 측은 “홍보대행사가 모든 사안을 속속들이 알기는 힘들다”며 중국원양자원 서울사무소의 소장 번호를 건네줬다. 다시 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 받았지만 반대매매 등에 관한 질문을 던지자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며 황급히 끊어버렸다.

채권단은 이틀 뒤인 지난달 30일 예상대로 반대매매를 실행했다. 최대주주는 장 대표(지분율 12.04%)에서 피닉스자산운용(10.12%)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피닉스자산운용은 곧바로 주식을 처분했고, 새로운 최대주주가 누구인지는 확인이 안 된 상황이다.

중국원양자원은 작년 3월에도 BW 원리금 350억원을 갚지 못해 담보로 맡긴 최대주주 주식이 반대매매됐다. 당시 주가 급락으로 손실을 입은 소액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과의 소통을 강화해달라”고 요구했다.

1년 뒤 중국원양자원에선 똑같은 상황이 재연됐다. 하지만 투자자들과의 소통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답답한 투자자들은 인터넷 주식거래 사이트에 “개미들만 불쌍하다” “제2의 고섬사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글을 올리고 있다. 중국원양자원에 ‘선장’은 보이지 않고, ‘승객’들의 아우성만 들린다.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