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국·과장 인사 숨긴 까닭?
지난달 22일 여의도에서 한 노무법인 대표와의 저녁 자리가 있었다. 노무사 시장 돌아가는 얘기를 듣기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뜻밖의 정보를 접했다. “오늘 고용노동부 국장급(고위 공무원) 인사가 났던데, 들으셨어요?” 곧 인사가 예정돼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던 참이었다. 그가 누군가에게 전달받았다며 휴대폰 사진으로 보여준 ‘4월24일자 인사발령 자료’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보도자료가 아닌 내부문서였기 때문이다.

하루가 지난 23일, 보도자료로 나오겠거니 했지만 고용부에서는 이날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이튿날 오후까지도 무소식이었다. 저녁쯤에 ‘29일자로 13명의 3~4급 인사가 났다’는 소식을 고용부가 아닌 다른 루트로 전해 들었다. 어찌 된 일인지 곧바로 고용부에 확인을 요청했다. “인사 관련 보도자료를 내지 않은 것은 이번 세월호 참사로 전국민적인 애도 분위기에 축하 전화나 화환이 오가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며 “필요하면 인사내용을 알려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사내용을 살펴보면 노사협력정책관과 근로개선정책관 등이 자리를 바꿔 앉았고,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으로 올라간 정도다. 고용부 관계자의 말대로 유례없는 참사가 벌어진 상황에서 관가에 축하 난이 돌아다니는 것은 모양새가 사나울 수 있다.

하지만 산하기관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산하기관 관계자는 “인사가 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얘기가 없길래 연기된 줄 알았다”며 “애도 분위기를 감안한 ‘조용한 인사’도 좋지만 상시 업무협의를 해야 하는 산하·유관기관에는 인사내용을 전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5월1일자로 발령한 174명의 4·5급 이하 공무원 인사도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세종=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