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1일 오후 2시40분

롯데쇼핑이 백화점 및 마트 점포를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에 팔아 1조원이 넘는 현금을 마련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일산점, 롯데마트 중계점 등 18개 점포를 묶어 리츠에 매각한 뒤 해당 리츠를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하려던 계획을 중단한다고 골드만삭스 노무라금융투자 DBS 스탠다드차타드증권 등 주관사에 통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신용등급 하락을 막기 위해 작년 6월부터 리츠를 통한 부동산 매각을 추진했지만, 지난 2월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사실상 재무구조 개선 동력을 잃었다”며 “한국기업의 최대 규모 해외 기업공개(IPO)로 주목받았던 롯데쇼핑의 싱가포르 리츠 상장이 무기한 연기된 셈”이라고 말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부채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지난 2월26일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점포 매각대금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롯데가 리츠를 활용한 자금조달 계획을 보류하게 된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은 18개 점포를 리츠에 매각하되 해당 점포에 20년 이상 임대 형태로 들어가는 ‘세일&리스백(sale&lease back)’ 방식으로 계속 점포를 쓸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싱가포르 증시 상황이 악화되면서 리츠 공모 가격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공모가 하락으로 점포 매각대금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 반면 리츠 투자자들은 연 6~7% 수익률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며 “임대료 등 점포 운영비가 예상보다 높아질 것을 우려해 보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자금상황이 급하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작년 말 기준 롯데쇼핑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금액은 1조3095억원으로, 2012년 말에 비해 3755억원 늘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리츠를 통한 자금조달 계획을 보류한 것일 뿐 점포 매각 계획 자체를 중단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해외 리츠 매각이 아닌 다른 방식의 유동성 확보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