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사장실 없이 소통 경영…인텔, IoT시대 다시 주도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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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투데이 -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반도체 성능만 집착하다 모바일 시대 시장 빼앗겨
이제 AP 설계기술 확보
리더가 먼저 모범 보여야 직원들 존경 받는 것
반도체 성능만 집착하다 모바일 시대 시장 빼앗겨
이제 AP 설계기술 확보
리더가 먼저 모범 보여야 직원들 존경 받는 것
!["10년째 사장실 없이 소통 경영…인텔, IoT시대 다시 주도권 잡는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405/AA.8629737.1.jpg)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52·사진)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퀄컴, ARM 등에 밀린 반도체 주도권을 찾아올 준비가 끝났다고 자신했다. 정보기술(IT) 기기의 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주춤하지만, 인텔은 여전히 세계 1위 반도체 업체다.
이 사장은 2005년부터 인텔코리아 사장을 맡고 있다. 만 10년을 채웠다. 그만큼 미국 인텔 본사의 강한 신뢰를 받고 있다. 비결을 묻자 “일단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사장을 맡은 2005년부터 한국에선 넷북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다. PC용 프로세서(데이터 처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인텔은 넷북을 만들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핵심 반도체를 공급하며 매출을 크게 늘렸다. “쉽게 돈을 벌던 시절이었다”는 설명이다.
2010년 무렵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스마트 기기의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선 퀄컴이, 반도체 설계(아키텍처)에선 ARM이 급부상했다. 인텔은 주도권을 잃었다.
이 사장은 조심스레 ‘자만’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모바일 시대에선 누가 더 크기가 작으면서, 적은 전력을 쓰는 반도체를 만드느냐가 핵심이었다”며 “하지만 인텔은 수요자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고 ‘성능’에만 집착하다가 시장을 빼앗겼다”고 설명했다. 오만했다는 의미다.
이 사장은 본사에 강하게 자세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과거 PC 시대에 시장을 주도할 때처럼 고압적인 자세로 영업을 해선 안된다”고 꾸준히 설득했다. 본사에서 정한 가격을 깎았고, 수요자의 쓴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 그런 이 사장에게 미국 인텔은 “모바일 시대를 주도하는 한 축인 삼성전자를 뚫어라”는 특명을 내렸다. 2010년 이후로도 계속 인텔코리아 사장을 맡고 있는 이유다.
현재까지 성과는 크지 않다. 인텔의 AP는 삼성 태블릿PC 등 일부 제품에만 반영됐을 뿐 아직 스마트폰에는 쓰이지 않고 있다. LG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사장은 “내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4~5년간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퀄컴 제품에 못지않은 AP 설계기술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텔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며 “설계 역량만 갖춘다면 누구보다 싸게 AP를 양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다가올 IoT 시대에는 “누구보다 먼저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AP 기술을 확보한 데다 앞으로 빠르게 늘어날 무선 데이터를 저장, 처리할 수 있는 서버 기술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사장은 “서버 시장에서는 보안 능력이나 성능은 물론 가격 면에서도 사실상 경쟁사가 없을 정도로 인텔의 기술력은 뛰어나다”고 전했다.
벌써 10년째 인텔코리아를 이끌고 있지만 그의 서울 여의도 사무실엔 ‘사장실’이 없다. 그만을 위한 특별한 책상도 없다. 이 사장도 출근하면 빈 책상을 찾아 앉아야 한다.
이 사장은 “10년 동안 사장실이라는 칸막이 없이 직원들과 소통해도 전체 임직원의 70% 정도만 이 문화를 받아들였다”며 “리더가 먼저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진정한 소통은 자리 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텔코리아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4년 연속 올랐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