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채권 상품에 너무 많은 돈이 유입됐다. 머지않아 ‘신용거품’이 붕괴될 것이다.”(제임스 리틴스키 JHL캐피털그룹 창업자) “신용 사이클은 당분간 확장세를 이어갈 것이다. 채권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저스틴 슬래키 셴크먼캐피털 선임 포트폴리오매니저)

‘미국의 신용사이클이 정점에 달했는가’를 놓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켄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채권 투자 전문가인 제임스 리틴스키 창업자는 “너무 많은 돈이 레버리지론(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영업자산을 담보로 받은 대출)과 하이일드채권(고수익·고위험 채권)으로 흘러들어왔고 최근에는 코브라이트론(투자자 보호 의무를 간소화한 대출 상품)도 빠르게 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6년 투자자들이 고위험 채권에 몰리던 무서운 장면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리틴스키는 “부채비율이 높은 미디어회사 클리어채널이 최근 4억달러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수요가 20억달러에 달했다”며 “이 채권은 수년 안에 부도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일드채권의 부도가 시작되면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저스틴 슬래키 셴크먼캐피털 매니저는 “2007년과 지금의 신용시장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슬래키에 따르면 2007년에는 새로 발행된 회사채 중 차입매수(LBO)를 위한 채권 비중이 32.08%에 달했다. 하지만 작년 초부터 지난 3월까지 발행된 회사채 중 LBO를 위한 채권은 2.7%에 불과했다. 반면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재융자(리파이낸싱) 비중은 35.26%에서 53.40%로 늘어났다. 기업들이 돈을 빌리는 목적이 훨씬 ‘안전’해졌다는 뜻이다. 그는 하이일드 채권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질이 좋은 BB등급 이상의 채권 비중이 2007년에는 30.5%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53.60%로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존 칼라모스 칼라모스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이 붕괴될지는 모르겠지만 채권이 더 이상 안전한 자산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리 상승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권 가격 하락의 위험은 줄이면서 주가 상승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전환사채(CB)가 투자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의 향방에 대해서도 월가 전문가들은 의견이 갈렸다. 마이클 켐벌리스트 JP모간 애셋매니지먼트 회장은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기업들의 수익성은 가파르게 개선됐지만 매출 성장은 정체됐으며, 수익성 개선의 대부분은 이자비용 및 인건비 하락 덕분이었다”며 “더 이상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없기 때문에 현재 16~17배인 주가수익비율(PER)도 더 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반면 모리스 마크 마크애셋매니지먼트 회장은 “해외 자본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 건 미국 경제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믿음 때문”이라며 “마찬가지로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 주식으로도 계속 투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A=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