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학교 내 성폭력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대학 명단을 전격 공개해 해당 대학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미국 교육부는 1일(현지시간) 교내 성폭력 및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성차별을 금지하는 연방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 55개 대학의 이름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하버드·프린스턴·다트머스 등 동부 명문 사립대와 미시간·오하이오주립·펜실베이니아주립 등 공립대, 시카고·보스턴·남캘리포니아 등 주요 사립대가 포함됐다. 미국 정부가 성차별 금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면서 대학 명단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 시행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성차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오기 위해 명단을 공개하게 됐다”며 “명단에 오른 대학이 모두 법을 위반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 관계자들은 “대외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학 내 성폭력 사건과 학교 측의 부적절한 대응이 잇따르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초 백악관에 성폭력 근절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전면 실태 조사에 나섰다. 교육부의 이번 조사도 그 일환이다. 백악관 태스크포스 조사에 따르면 미국 여대생 5명 중 1명꼴로 성폭력을 당하거나 위험에 처한 적이 있지만 실제 신고율은 1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