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먹거리株…투자자 입맛도 도네
조류독감(AI), 돼지유행성설사병(PED)과 같은 가축 전염병들이 생선, 닭고기, 돼지고기 관련주들을 뒤흔드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연초에는 수산주, 3~4월에는 닭·오리 관련주(육계주)가 각광을 받더니 최근에는 양돈주로 바통이 넘어간 분위기다.

증권 전문가들은 전염병이 때로는 호재로, 때로는 악재로 작용하는 만큼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축 전염병이 양돈주엔 호재?

돼지고기 브랜드 ‘하이포크’로 알려진 팜스코는 2일 전 거래일보다 2.31% 오른 1만3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5일 이후 누적 상승률이 9.01%에 달한다. ‘선진포크’ 브랜드를 밀고 있는 선진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7.58% 뛰었다.

PED가 돼지고기 공급 감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이 시나리오에는 PED 이슈가 돼지고기 수요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 포함돼 있다. 돼지에게만 전염되는 질병인 만큼 소비자들이 ‘안전’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있어 주가를 떨어뜨렸던 AI와 달리 전염병이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실제로 돼지고기 가격은 연일 오름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올초 ㎏당 1만5956원(소비자가격 기준)이었던 삼겹살 가격은 지난달 말 1만9287원으로 20% 이상 뛰었다. 정성훈 교보증권 연구원은 “팜스코의 1분기 영업이익이 62억원으로 흑자 전환하는 등 양돈업체들의 1분기 이후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일 천하 수산주 vs 전화위복 육계주

올 들어 처음으로 상승 흐름을 탄 업종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오랜 기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수산주였다. 지난 1월16일 주당 1만350원이었던 동원수산의 주가가 1월20일 1만3650원으로 껑충 뛰었다. AI의 영향으로 수산물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여론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상승장은 길지 않았다. 1월20일을 정점으로 주가가 급락했고 2월 들어서는 1만원 아래로 빠졌다. 이 종목의 2일 종가는 8230원이다.

육계주는 AI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3월 중순부터 급등했다. 무더기 살처분으로 닭고기 공급이 줄어든 데다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봄 성수기 효과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닭고기 대장주 하림은 3월 한 달 동안 14.8%, 동우는 18.9% 주가가 뛰었다.

4월 이후 주가가 한풀 꺾인 닭고기주들은 지난달 25일을 전후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재료는 돼지 전염병 PED였다. 여름 성수기를 앞둔 가운데 돼지고기가 비싸지면 대체제인 닭고기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이민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림 등 육계업체 주가와 관련, “브라질월드컵 등의 호재가 많은 만큼 하반기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산물도 상승 흐름

축산물뿐 아니라 농산물 관련주들도 눈여겨 볼만하다는 분석이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밀 옥수수 커피 등 농산물 관련 주식과 선물에 베팅하는 농산물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12.55%(4월30일 기준)에 달한다. 원자재(4.63%) 천연자원(2.40%) 금(8.38%) 등 경쟁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높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KODEX콩선물 상장지수펀드(ETF)도 올 들어 13.4% 올랐다.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수혜를 입은 종목도 있다. 효성오앤비 남해화학 KG케미칼 등 비료 관련주와 농약 제조업체인 경농 등은 올 들어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송형석/강지연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