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스마트폰·TV發 수요 예상 밖 급증…'D램 빅3' 느긋한 가격협상
지난해 말 반도체 업계는 올해 D램 가격 약세를 점쳤다. 주요 수요처인 PC 시장 규모가 줄고, 스마트폰 시장도 폭발적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었다. 그러나 올 1분기를 지나며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업계가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XP의 보안 업데이트를 중단하자 PC 수요가 늘기 시작해서다.

삼성의 갤럭시S5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팔리며 스마트폰 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2분기 이후로도 별다른 공급 증가 요인이 없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예상 밖의 수요 증가

세계 2위 D램 업체인 SK하이닉스는 당초 공정을 29나노미터(㎚)에서 25㎚로 전환하는 방안을 올해 1분기 중 마무리하려 했지만 우시 공장 화재로 예상보다 늦어졌다. 공정을 전환하면 생산량이 20~30% 증가하는데, 이 같은 생산 증가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또 D램을 생산하는 M10 공장은 200㎜ 웨이퍼(반도체의 원재료인 실리콘기판)에 최적화돼 있다. 현재 D램은 모두 300㎜ 웨이퍼로 만들고 있다. 최적의 효율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위인 삼성전자도 최근 웨이퍼 불량 문제로 생산에 차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계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은 주문량이 늘면서 재고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위 업체가 모두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새 공장을 짓기도 여의치 않다. 지난해 일본 엘피다 파산 이후 ‘30년 D램 치킨게임’에 지친 업계가 서로 눈치를 보며 공급량 증대에 나서지 않고 있다.

반면 D램의 주 수요처인 PC 휴대폰 TV의 판매량은 늘고 있다. MS의 윈도XP 서비스 중단은 PC 수요 상승을 이끌고 있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삼성의 갤럭시S5가 예상보다 잘 팔리는 가운데, 2~3분기 LG의 G3, 애플의 아이폰6 등이 출시된다. 중국에서는 올해 LTE(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되며 1억대 이상의 신규 휴대폰 수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호재’

박래학 SK하이닉스 마케팅본부 상무는 지난달 24일 1분기 실적발표에서 “PC는 물론 모바일용 D램도 2분기 공급 가격 협상이 어느 정도 끝난 상태”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가격이 내릴 것 같으면 월 단위로, 오를 것 같으면 분기 단위로 가격 협상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완성품 업체들이 가격 상승을 점치고 있다는 뜻이다. 박 상무는 “2분기에는 지난 1분기 대비 생산량이 10%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29일 콘퍼런스콜에서 비슷한 수준의 생산 증가를 예상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