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삼성·잠실롯데·마곡LG…기업, 지역의 브랜드가 되다
지난 2월20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LG 테크노 콘퍼런스 2014’.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LG 계열사 주요 경영진과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에 연구원으로 입사할 예정인 산학장학생 및 석·박사 출신들이 함께했다. 행사장에서 이희국 LG기술협의회 의장은 불쑥 서울 마곡지구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여러분이 ‘마곡에서 일한다’고 하면 모두가 부러워할 수준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이 ‘마곡’을 언급한 까닭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LG 계열사 각종 연구소를 마곡에 집결시켜 2020년까지 ‘LG 사이언스파크’를 조성할 계획이어서다. LG 사이언스파크가 완공되면 2만여명의 연구인력이 근무하게 된다. “마곡은 ‘LG동네’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벌써 나오고 있다.

대기업 업무시설이 들어서면서 특정 지역이 ‘기업 타운’으로 바뀌는 곳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기업이 지역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돼 지역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인근 부동산 가격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충남 천안·아산시에선 “이곳 집값 향방은 삼성에 물어보라”는 말이 일반화돼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코닝정밀소재, 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와 협력업체들이 모여 있어서다. 8만7000여명의 삼성 및 협력사 직원이 이곳에서 근무한다. 이들 직원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 집값이 떨어지고 인력이 추가로 늘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작년 4월 포스코건설이 아산시 음봉면에서 분양한 ‘아산 더샵 레이크시티 2차’ 아파트는 계약자의 51.4%가 삼성 계열사 직원, 22.1%는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서울 서초동도 대표적인 삼성타운이다.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가 서초사옥에 입주해 있을 뿐만 아니라 바로 옆 서초우성 1~3차 아파트는 삼성물산이 재건축 시공권을 따냈다. 강남역 사거리 업무단지에 이어 인근 주거지역도 삼성 브랜드를 달게 됐다. 정소남 우성공인 대표는 “우성 1~3차 옆에 있는 무지개아파트(1400가구)와 신동아아파트(2015가구)도 재건축할 예정인데 삼성물산이 두 곳 재건축 사업을 추가로 수주해 8000가구 규모의 ‘래미안 타운’을 만들 수 있을지가 이 지역의 최대 관심”이라고 말했다.

서울 잠실지역의 터줏대감은 롯데다. 제1·2롯데월드를 비롯해 롯데호텔, 롯데백화점, 롯데캐슬골드 등이 모여 있다. 인근 재건축단지인 잠실주공5단지는 롯데의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재건축 시공권 확보에 실패한 탓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그 단지까지 ‘롯데 캐슬’로 만들면 완벽한 롯데타운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지난달 서울시가 개발 계획을 발표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인근 지역도 기업 타운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부지 매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현대자동차는 이곳을 독일의 폭스바겐이나 BMW, 일본 도요타처럼 자동차 전시장이나 박물관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자동차 관련 연구소, 영업장까지 한데 모이면 주변 부동산 가격도 들썩일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삼성동 홍희경 태양공인 대표는 “삼성전자가 우면동에 연구개발(R&D)센터 건립에 들어가자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연구원 덕에 면학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며 “한전 부지도 대기업 직원, 연구원이 이사 오면 지역 이미지가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저성장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부동산 호재는 기업 유치”라고 설명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