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출하는 승객들 > 2일 오후 서울메트로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가던 열차가 정지해 있던 앞 열차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승객들이 열차 문을 직접 열고 나와 어두운 철로를 따라 대피하고 있다. 트위터
< 탈출하는 승객들 > 2일 오후 서울메트로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가던 열차가 정지해 있던 앞 열차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승객들이 열차 문을 직접 열고 나와 어두운 철로를 따라 대피하고 있다. 트위터
2일 오후 추돌사고가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사고 발생 직후 앞서 역에 정차돼 있던 열차를 들이받은 2260호 전동차 앞 유리창은 충돌 당시 충격으로 산산이 깨져 있었다. 객실 내부 바닥 곳곳에 승객들이 흘린 피가 묻어있었고, 승객들의 소지품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최근 세월호 참사가 인재에서 비롯된 것처럼 이번 사고도 서울시와 서울메트로가 지하철 안전 대책을 소홀히 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상자 238명 잠정집계

이날 사고는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가던 2260호 전동차가 앞서 차량 이상으로 상왕십리역 인근에 잠시 정차해 있던 2958호 열차를 들이받은 데서 비롯됐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쾅 소리가 난 뒤 정전과 함께 강한 충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사고 직후 비상문을 열고 전동차에서 탈출한 뒤 어두운 선로를 따라 오후 4시3분께 전원 대피했다. 장정우 서울메트로 사장은 “앞차의 경우 사고 후 출입문을 열고 승강장에 대피시키는 안내방송을 했다”며 “뒤차의 관제센터에선 후속 열차를 모두 정지시킨 뒤 안내방송을 통해 열차에서 내려 대피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메트로와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에 따른 부상자는 238명으로 잠정집계 했다. 대부분 경상이었지만 3명은 쇄골골절, 뇌출혈 등 중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을지로입구~성수역 구간의 잠실 방향 전동차 운행이 3일 0시17분까지 10시간 가까이 중단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고 발생 2시간여 만에 현장을 찾았다.

◆자동신호정지장치 꺼져 있었나

서울시와 서울메트로 측은 이번 사고 원인에 대해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메트로 측은 이날 브리핑에서 “도시철도에는 자동신호정지장치가 있어 200m 안전거리가 확보된다”며 기관사에 따르면 사고 당시 갑자기 진행신호가 정지신호로 바뀌어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해 추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신호정지장치는 열차 사이의 거리가 200m 이내로 들어오게 되면 자동으로 작동한다. 당시 전동차의 자동신호정지장치가 고장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자동신호정지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기관사가 수동운전을 통해 브레이크를 밟아 전동차를 멈춰야 한다. 정수영 서울메트로 운영본부장은 “상왕십리역 구조가 곡선으로 돼 있어 뒤따르던 전동차 기관사가 앞서 있던 전동차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졸음운전 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의 한 관계자는 “자동신호정지장치가 2호선 전동차에 깔려 있지만 시스템 문제상 기관사가 수동운전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며 “앞차를 들이박은 뒤차가 자동신호정지장치를 끄고 수동운전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신호정치장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서울메트로의 부실한 전동차 안전관리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 안전점검 와중에 사고 발생

이번 사고는 서울시가 최근 긴급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발생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지하철 및 공사현장 등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을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메트로는 올초 440억원을 들여 선로시설 및 전기·신호시설을 정비해 지하철 사고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가 노후 전동차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됐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이날 사고 열차는 각각 1990년(뒤차), 1991년(앞차) 제작됐다. 전동차 내구연한인 25년에 육박한 것이다. 현재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운행하는 전동차는 총 888대다. 이 중 전동차 내구연한인 25년을 넘긴 전동차는 10%가 넘는 145대에 달한다.

강경민/박재민/홍선표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