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경기 회복세에 인력 부족…기업 일손확보에 고심

일본에서 저출산 고령화, 경기 회복과 더불어 일손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유통·건설·제조업 등 시간제 근로자를 많이 활용하는 분야에서 일손이 부족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 신문은 일손 부족에 관해 기업이 "비명"을 지르는 수준이 됐다고 2일 평가했다.

◇일손부족에 영업축소·공공사업 지장 = 특히 체인형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유명 기업에서 일손이 부족해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사업장 규모를 축소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저가형 규동(쇠고기 덮밥) 체인인 '스키야'를 운영하는 젠쇼홀딩스는 인력 부족 때문에 올해 2∼4월 전국 매장 123개를 휴업하고 124개 매장의 심야·새벽 영업을 중단했다.

일본식 술집 체인 와타미는 연내에 전체 점포의 약 10%에 해당하는 60개를 폐쇄하기로 했다.

이 업체는 사원이나 시간제 근로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려면 점포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에서는 동일본대지진 복구공사가 많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공공사업을 대거 추진하면서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속출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이와테(岩手), 미야기(宮城), 후쿠시마(福島)현 등 대지진의 피해가 큰 3개 현의 42개 자치단체를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는 기초지방자치단체 발주 공사의 10%가 사업자를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도통신의 조사에서는 작년 4∼12월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이 발주한 공공사업 가운데 사업자가 결정되지 못한 것이 약 7.8%를 기록해 통상 미성사율 2∼3%를 크게 웃돌았다.

당시 조사에서 응답자는 72.3%는 입찰이 순조롭지 못한 이유로 건설업체의 인력 부족을 꼽았다.

제조업체도 인력 부족이 심각해 늘어나는 수요에 제대로 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오사카(大阪)시의 조리기기 제작업체인 나카니시(中西) 제작소는 학교 급식소에 필요한 대형 밥솥이나 식기 세척기 등의 주문이 쇄도하지만, 일손이 부족해 다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일손이 필요한 기업은 많지만, 구직자가 많이 감소했다는 것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일본 총무성 통계를 보면 작년 10월 1일 기준으로 15∼64세의 생산연령연구는 7천901만 명으로 32년 만에 8천만 명을 밑돌았다.

후생노동성이 2일 발표한 지난달 유효구인배율(계절 조정치)은 지난달보다 0.02% 포인트 상승한 1.07로 최근 6년 9개월 사이에 가장 높았다.

유효구인배율은 일정 기간(통상 2개월)의 구인자수를 해당 기간의 구직자수로 나눈 것으로 이 수치가 1보다 크면 구직자가 부족한 상태로 볼 수 있다.

총무성이 발표한 3월의 완전실업률(계절 조정치)은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3.6%였다.

작년도의 평균 완전실업률이 2012년도보다 0.4% 포인트 낮아진 3.9%로 4년 연속 낮아진 점을 고려하면 일손을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력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시간제 근로자의 급료는 소폭 오른 것으로 보인다.

도쿄의 구인정보 서비스 업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음식점 아르바이트생의 평균 시급은 2012년 1월에 920엔이었는데 2년 3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달 942엔을 기록했다.

◇기업 자구책 마련 중…日정부, 외국인 노동자 투입 추진 = 기업은 일손을 붙잡으려고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 중이다.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퍼스트 리테일링은 시간제 근무자나 아르바이트생 약 3만 명 가운데 1만 6천여 명을 2∼3년 내에 일하는 점포나 지역이 제한된 '지역한정 정사원'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숙련 근무자를 붙잡으려는 시도가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계약기간이 한정된 근로자가 3∼6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면 수당을 지급하며 장기 근무를 장려하고 있다.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젠쇼홀딩스는 스키야 매장이 수당 지급이나 인력 배치에서 현지 사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려고 지역별로 7개 회사로 분사해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와타미는 아르바이트생이 자동차로 통근하는 것을 인정하고 주차 요금 등을 보조할지 검토 중이다.

일본 정부는 일손 부족 해소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들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건설 수요가 많은 점 등을 고려해 외국인 기능실습제도를 개편해 현행 3년인 체류기간을 5년으로 연장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또 실습을 마치고 귀국한 뒤 일본에 재입국해 3년간 일할 수 있게 해 최장 8년까지 일본에서 일할 수 있게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조리학교에 다니는 외국인은 졸업 후 기존에는 귀국해야 했으나 올해 2월부터는 일본 요리점에서 연수 목적으로 일하면 2년간 체류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내각부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는 장기적으로 연간 20만 명 규모의 이민자를 수용해 생산 인구를 유지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