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푸틴이 노벨상 후보라고?"
“평론가들이 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의를 벗은 모습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지난 3일 백악관 출입기자 연례 만찬에서 뼈 있으면서도 자조적인 농담을 쏟아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겨냥해 “푸틴이 지난해 노벨 평화상 후보에 거론됐는데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요샌 그걸 아무에게나 주니까”라고 말해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그 자신도 취임 첫해인 2009년 노벨 평화상을 받아 논란이 있었다는 것을 염두에 둔 농담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20분간의 연설에서 자신의 최대 골칫거리였던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에 대해서도 농담을 던졌다. 그는 “2008년 내 구호는 ‘할 수 있다’(Yes, we can)였지만 작년에 내 구호는 ‘컨트롤-알트-델’(Ctrl-Alt-Del·컴퓨터를 재부팅시키는 키)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개통 이후 오바마케어 가입 웹사이트의 접속 불량이 자신을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출생지가 미국이 아니라는 의혹을 줄곧 제기한 폭스뉴스를 겨냥해 “내가 퇴임하면 폭스뉴스는 날 그리워할 것”이라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이 케냐에서 태어났다고 국민에게 이해시키는 건 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발언은 ‘힐러리 대망론’에 무게를 실어줬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백악관 기자단 만찬은 1920년부터 매년 열리는 행사로 대통령은 자신을 비꼬는 재치 있는 농담을 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