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번(미국 위스키) 대신 칭다오(중국 맥주)를 마시면 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서방이 러시아에 3차 제재를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새 동맹 강화에 바쁘다. 러시아가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곳은 대부분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제재를 받았거나 미국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국가들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28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쿠바를 방문했다. 그는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을 만나 1960년대 미국의 쿠바 봉쇄 조치를 강하게 비난하며 “우크라이나 사태에 러시아가 관여하는 것을 미국과 서방이 제재하는 것 자체가 ‘몰상식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러시아와 쿠바는 1991년 옛 소련이 붕괴할 때까지 30여년의 냉전 기간 동안 굳건한 동맹 관계였다. 냉전 종식 후 잠시 소원해졌던 두 국가의 관계는 2009년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다시 가까워졌다. 1969년 이래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온 페루와는 최근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란에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란과 러시아는 현재 총 80억~100억달러 규모의 에너지 협력 계약을 추진 중이다. 또 지난달 초 이란이 러시아에 하루 50만배럴의 원유를 제공하는 대가로 그에 상응하는 장비를 제공받는 200억달러 규모의 원유·상품 스와프 협상을 추진한 바 있다.

냉전 시기 공산주의 진영의 라이벌이었던 중국과도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달 15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다. 시 주석이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역사상 가장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고, 양측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확대한다는 입장을 주고받았다.

미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낡은 소련 봉쇄정책을 그대로 부활시키는 것이 가능한지, 그것이 미국에 유용할지는 의문이다. 현재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수행을 위해 러시아 영토를 통과해 병력과 장비를 수송하고 있다. 또 재정적자에 따른 국방비 감축을 위해서는 러시아와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을 계속 추진해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