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무인조종
러다이트 운동은 기계문명에 대한 노동자 계층의 첫 조직적 저항이었다. 꼭 200년 전, 직물공업이 발달했던 영국 북부의 어둠 속 비밀결사체는 노동자들의 경제난을 기계 탓으로 돌렸다. 러드라는 인물이 주도한 기계파괴 활동은 정부의 탄압에도 이어졌으나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경제사정이 호전되면서 불길이 잡혔다.

기계화, 자동화의 발달은 인류가 개척해온 과학기술의 역사다. 다양한 기계와 자동화시스템은 인류를 육체 노동의 극한적 고통에서 벗어나게 했다. 생산 효율도 극적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산업사회로 이행하면서 직접 수혜계층인 노동자들의 저항이 거셌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지금도 자동화된 생산라인의 신설이나 이전 문제에 노조들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러드는 아직도 살아있는 셈이다.

그러나 무인화, 인공지능화로 내달리는 과학·기술의 트렌드는 누구도 막지 못한다. 100년 전 포드시스템처럼 대중에게 ‘더 싸고, 더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한다는 역사의 행진을 막을 수는 없다. 그게 문명이다. 반도체 생산라인, 첨단 온실…. 그 결과 아이들 손에까지 스마트폰이 쥐어졌고 한겨울 식탁에도 야채가 풍성해졌다.

무인조종의 첨단 기술은 이미 공장자동화를 넘어서고 있다. 무인항공기 드론만 해도 물류경쟁을 공중전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농업지대의 비료작업, 산악지대의 멋진 영상, 군대의 정찰·공격 등 분야도 다양하다. 서해의 낚싯배에 무인헬기가 피자를 배달하는 날도 머지않았다.

무인비행선보다 무인 차량이 기술적으로는 더 어렵다. 도로상 판단 조합이 더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무인자동차의 질주는 머지 않았다. 2010년부터 자동주행차량을 운행해온 구글은 2017년께 상업용 무인자동차를 선보인다고 예고했다. 벤츠도 포드도 도요타도 아닌 IT기업이 하이테크 차량을 선점했다. 테슬라도 구글과 경쟁 중이다. 진짜 자동(自動)차는 총알 택시나 난폭 버스보다 안전할지 모른다. 하지만 무수한 택시와 버스 기사, 화물 운전사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운전의 주체를 사람이라고 규정한 한국의 도로교통법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규제 좋아하는 정부는 어느 편에 설까.

서울 지하철 추돌사고로 무인조종 얘기가 나온다. 기껏해야 궤도열차다. 복잡한 도로망 위에서 구글은 이미 수십만km를 무사고로 운행하고 있다. 신분당선도 무인시스템으로 운행 중이다.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였지만 기관사가 두 눈 뜨고도 추돌하는 사고가 터졌다. 차라리 지하철의 무인운행시스템을 전면 도입하면 어떨지. 현대판 러드들은 뭐라고 할까.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