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이 진화하고 있다. 기대 수명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사망 이후보다 살아있을 때 보장을 더 받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망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단순한 구조에서 물가 상승까지 고려해 노후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연금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여러 질병에 걸릴 위험에 대비해 건강보험 성격이 짙어진 것도 요즘 추세다.
간병비에 사망보험금 先지급…종신보험의 진화
○살아있을 때 보장 집중

신한생명이 지난해 2월 선보인 ‘3대 건강 종신보험’은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8만6000명을 넘겼다. 같은 기간 신한생명이 판매한 11개 종신보험에 가입한 19만명 중 45.2%가 이 상품을 선택했다. 신한생명이 판매하고 있는 100여개 보험 중 출시 1년 실적에서 최고다. 정석재 신한생명 상품개발부장은 “암 뇌출혈 등 치료비가 많이 드는 질병에 걸렸을 때 사망보험금을 미리 준다는 점을 든든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종신보험은 가입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을 주는 대표적인 생명보험사 상품이다. 1990년대 초 외국계 생보사들이 도입해 인기를 끌었지만 보험료가 비싼 데다 기대 수명이 늘면서 관심도 급격하게 식었다. 혼인율은 감소하고 이혼율은 증가하면서 종신보험의 수요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러다 보니 생보사들은 살아있을 때 가입자들이 좀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종신보험 구조를 바꾸고 있다. 퇴직 이후 생활비 공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연금 전환 기능을 만들거나, 고령자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이나 급성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을 집중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건강보험을 더하는 식이다.

○간병자금까지…통합형 ‘봇물’

사망 간병 질병 등을 통합해 보장하고, 하나의 보험으로 종신보험과 저축보험에 동시에 가입하는 효과를 주는 통합형 상품도 줄을 잇고 있다. 교보생명이 지난 2일 출시한 ‘멀티 플랜 변액 유니버셜 통합 종신보험’은 사망과 장기간병, 중대한 질병 보장을 하나로 묶었다.

예컨대 보험가입 금액을 1억원으로 하고 중증 치매 등에 걸리면 진단자금으로 3000만원을 준다. 여기에 장기간병 연금으로 매년 1000만원을 최대 10년간 받는다. 장기간병을 받다가 사망하면 2000만원을 받고, 간병 없이 사망 시에는 사망보험금 1억원을 받는다.

푸르덴셜생명이 지난달 초 내놓은 ‘하이브리드 유니버셜 보장보험’ 역시 종신보험에 여러 기능을 합친 하이브리드형이다. 나이가 들수록 보험금이 많아지는 체증형이란 게 이 상품의 특징이다. 가입자가 선택한 나이부터 사망 때까지 매년 사망보험금이 5%씩 늘어난다.

한 생보사의 임원은 “여러 개 보험에 가입할 여력이 없는 소비자들과 단순한 종신보험으로는 더 이상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보험사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앞으로도 통합형 종신보험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