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의 '정수' 보여준 존 메이어
지난 6일 오후 7시 정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무대. 예정된 공연 시간에서 1분의 지체도 없었다. 싱어송라이터 존 메이어가 무대 위로 섰고 그 순간 객석엔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의 14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된 그를 보기 위해 1만2000여명이 몰렸다.

메이어는 평소와 다름없이 네이비색 재킷과 머플러, 뿔테 안경 차림으로 등장했다. 하나 다른 점은 왼쪽 가슴께 달린 노란색 리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밴드 멤버들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으로 리본을 달고 나왔다.

곧이어 어쿠스틱 기타를 메고 ‘퀸 오브 캘리포니아(Queen of California)’ ‘노 서치 싱(No Such Thing)’을 잇따라 불렀다. 박수갈채가 잦아들 즈음 마이크를 잡고 말을 시작했다. “이번 공연이 저의 첫 내한이기 이전에 재앙이 있던 이후로 첫 공연이란 걸 압니다. 이번 공연의 모든 노래는 갑작스러운 침몰로 인해 사고를 당한 이들을 위해 바칩니다. 이번 공연의 상품 판매 수익은 전부 구호활동에 기부하겠습니다. 이제 음악으로 위로 드려도 될까요.”

이날 110여분간 진행된 공연은 이 젊은 음악가가 에릭 클랩튼, 스티비 레이 본 등 전설적 기타리스트의 후계자로 첫손가락에 꼽히는지 증명하는 자리였다. 전반적으로 노래보다는 기타 연주에 훨씬 눈길이 가는 공연이었다. 메이어는 공연 내내 마틴사(社)의 어쿠스틱 기타와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일렉 기타를 바꿔가며 록, 블루스, 포크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존 메이어 스타일’로 들려줬다. ‘슬로 댄싱 인 어 버닝 룸(Slow Dancing in a Burning Room)’에선 손끝으로 기타줄을 쓸어내리며 독특한 소리를 빚어냈고 기타 한 대를 연주하며 부른 ‘유어 보디 이즈 어 원더랜드(Your Body is a Wonderland)’와 ‘네온(Neon)’을 통해선 어쿠스틱 기타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마지막 곡 ‘어 페이스 투 콜 홈(A Face To Call Home)’을 연주하고 무대에서 퇴장한 메이어는 곧 다시 올라와 그의 최대 히트곡 ‘그래비티(Gravity)’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익숙한 멜로디에 터져 나온 환호성도 잠시, 기타 솔로가 시작되자 모든 관객들이 숨죽여 그의 손끝을 응시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여운이 남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