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공식 일정을 최소화하고 사고 수습에 주력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서서히 국정 운영을 정상화하고 있다. 예정에 없던 9일 민생대책회의를 주재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취지에서다.

정부는 당초 7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민생 경기 대책을 논의한 후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회복 조짐을 보이던 내수경기가 침체에 빠질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내용은 9일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민생대책회의 후 발표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7일 오전 경제수석실로부터 최근 민생 경기 현황과 대책 내용을 보고받고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본인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 위축으로 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내수마저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이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세월호 참사 수습이 진행 중인 와중에 대통령이 경기 회복론을 꺼내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하지만 “소비심리 위축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실물경제 회복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소비와 직결된 자영업 등 또 다른 민생 분야가 큰 타격을 입는다”며 “세월호 수습과 동시에 이 문제도 시급한 현안”이라고 말했다.

현 부총리도 이날 경제장관회의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 민간소비가 영향을 받고 있다”며 “어렵게 되살린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정책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현 부총리와 조원동 경제수석, 신제윤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은 지난달 27일 청와대 서별관회의(경제동향점검회의)에 참석, 내수경기 동향과 대응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