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MICE산업 독일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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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미국과 전시 내용을 차별화한 것, 그리고 사람들이 편히 만날 수 있도록 꾸민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매년 9월 초 독일에선 가전쇼인 IFA가 열린다. 연초 미국에서 개최되는 CES와 맞먹는 행사다. IFA를 주관하는 독일 메세베를린의 디르크 코슬롭스키 이사를 터키에서 만나 성공 비결을 물었더니, ‘소프트웨어’를 먼저 꼽았다. “비즈니스는 사람들이 하는 것인 만큼 IFA에 와서 쉽게 만나고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도록 쇼를 기획한다”는 설명이었다.
실제 그를 만난 건 IFA가 주최한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에서다. 메세베를린은 매년 4월 말 세계 300여개 매체를 초청, 9월에 열릴 IFA 개요와 가전 트렌드 등을 설명하고 사전에 참여 업체 관계자와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IFA뿐 아니라 하노버산업박람회, 프랑크푸르트모터쇼 등 독일엔 유명 전시회가 많다. 독일은 이처럼 MICE(Meeting, Incentives, Convention, Exhibition)산업으로 일자리 23만개(전체의 5.8%)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한국도 MICE산업을 키운다고 난리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 부산 대전 제주까지 지방자치단체들은 컨벤션센터 호텔 등 하드웨어 확충에 발벗고 나섰다. 벌써부터 시설 과잉 우려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아직 멀었다. 기초인 전시 내용부터가 문제다. 내용이 같은 유사·중복전시회가 난립하다 보니 국내 기업은 참여에 부담을 느끼고, 해외 기업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여기엔 정부 부처 간 이기주의가 한몫을 한다. 각 부처가 소관 산업을 키우겠다며 산하 단체를 동원해 관제 전시회를 벌이다 보니 생긴 일이다. 돈만 된다면 외국의 기획을 그대로 베껴 뛰어드는 전시업계도 문제다.
반면 IFA의 경우 독일가전통신산업협회(GFU)와 메세베를린, 독일상공회의소뿐 아니라 밀레 지멘스 등 독일 전자업체들이 함께 만든다. 이해관계자들이 밥그릇 다툼을 하기보다 힘을 합쳐 판을 키운 것.
“MICE를 키우려면 양이 아닌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코슬롭스키 이사의 말을 들으니, 우리 MICE산업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매년 9월 초 독일에선 가전쇼인 IFA가 열린다. 연초 미국에서 개최되는 CES와 맞먹는 행사다. IFA를 주관하는 독일 메세베를린의 디르크 코슬롭스키 이사를 터키에서 만나 성공 비결을 물었더니, ‘소프트웨어’를 먼저 꼽았다. “비즈니스는 사람들이 하는 것인 만큼 IFA에 와서 쉽게 만나고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도록 쇼를 기획한다”는 설명이었다.
실제 그를 만난 건 IFA가 주최한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에서다. 메세베를린은 매년 4월 말 세계 300여개 매체를 초청, 9월에 열릴 IFA 개요와 가전 트렌드 등을 설명하고 사전에 참여 업체 관계자와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IFA뿐 아니라 하노버산업박람회, 프랑크푸르트모터쇼 등 독일엔 유명 전시회가 많다. 독일은 이처럼 MICE(Meeting, Incentives, Convention, Exhibition)산업으로 일자리 23만개(전체의 5.8%)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한국도 MICE산업을 키운다고 난리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 부산 대전 제주까지 지방자치단체들은 컨벤션센터 호텔 등 하드웨어 확충에 발벗고 나섰다. 벌써부터 시설 과잉 우려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아직 멀었다. 기초인 전시 내용부터가 문제다. 내용이 같은 유사·중복전시회가 난립하다 보니 국내 기업은 참여에 부담을 느끼고, 해외 기업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여기엔 정부 부처 간 이기주의가 한몫을 한다. 각 부처가 소관 산업을 키우겠다며 산하 단체를 동원해 관제 전시회를 벌이다 보니 생긴 일이다. 돈만 된다면 외국의 기획을 그대로 베껴 뛰어드는 전시업계도 문제다.
반면 IFA의 경우 독일가전통신산업협회(GFU)와 메세베를린, 독일상공회의소뿐 아니라 밀레 지멘스 등 독일 전자업체들이 함께 만든다. 이해관계자들이 밥그릇 다툼을 하기보다 힘을 합쳐 판을 키운 것.
“MICE를 키우려면 양이 아닌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코슬롭스키 이사의 말을 들으니, 우리 MICE산업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