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 위해 신주 발행보다는 구주 매각 극대화…예상가 9000억 달해
매각 안할 경우 티와이석세스 채권자 '역차별'논란…하반기에 꼭 하기로
동양시멘트가 별도로 매각된다. 당초 (주)동양의 레미콘사업부문과 패키지로 팔기로 했으나 덩치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불거지자 법원이 매각 방식을 바꾼 것이다. 동양시멘트는 신주 발행 보다는 구주 매각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과 ㈜동양은 지난달 28일 삼일 안진 삼정 등 3대 회계법인으로부터 양시멘트 매각방안에 대한 최종 보고를 받았다. 법원과 ㈜동양은 3곳 회계법인에게 개별적으로 프리젠테이션(PT)을 허용하지 않고 한꺼번에 발표하고 서로 토론하며 논박하는 ‘집단토론면접’방식을 취했다. 동양시멘트에 대한 합리적인 매각방식을 찾기위해 법원이 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방식이다. 이를 토대로 법원은 동양시멘트 매각방식을 확정할 예정이다. 동양시멘트 최대주주는 지분 54.96%를 가진 (주)동양으로, 법원은 (주)동양이 보유한 지분 전량을 매각해 채권을 변제할 계획이다.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이날 토론에서는 동양시멘트 매각 방식에 대해 △(주)동양의 레미콘사업부문과 분리 매각하는 것이 유리하고 △매각 가치 극대화를 위해선 동양파일과 동양파워 매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착수하는 게 좋으며 △채권자 이익 보호를 위해선 구주 매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회계법인 세 곳이 각기 다른 매각 방안을 제시했지만 동양시멘트와 (주)동양의 레미콘사업부문이 함께 매각될 경우 매각가격이 1조5000억원에 달해 인수후보의 자금 조달 부담이 크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회계법인들은 ㈜동양에서 레미콘사업부문을 분할할 경우, 주력사업부문이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상장폐지’사유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동양시멘트 매각은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진행될 전망이다. 동양시멘트가 지분 55.02%를 가진 동양파워와 100% 자회사인 동양파일 매각 예상 시점이 6월 말께이기 때문이다.
자회사 매각작업이 성공할 경우 동양시멘트 몸값도 오르고, 동양시멘트 매각대금은 다시 (주)동양 채권자의 채권회수율을 높여주는 일종의 ‘선순환 매각구조’가 된다는 게 법원과 동양 측의 기대다.
동양시멘트 채권단 관계자는 “동양파워와 동양파일이 매각되면 동양시멘트 부채가 7000억원대에서 5000억원대로 줄어들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구주 매각 가치도 두 배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동양시멘트의 조사위원인 대주회계법인에 따르면 동양시멘트 예상 매각가격은 8000억~9000억원대로 추산된다.
매각 방식에 있어서는 신주 발행 보다는 구주 매각에 무게를 두기로 했다. 신주 발행을 허용할 경우 출자전환을 통해 ㈜동양의 주주가된 3만8000여명의 개인채권자들이 주식가치 희석을 우려해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동양시멘트 매각을 동양시멘트 주가가 오를 내년 이후로 늦추자는 ㈜동양 채권자들의 의견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왔다. 3개 회계법인들은 “㈜동양 채권자들이 동양시멘트 주가가 오를 것에 대비해 조기 매각을 반대하고 있지만 우선 변제권자인 티와이석세스 채권자들을 위해선 조기 매각이 필요하다”며 “동양시멘트 매각을 내년으로 미뤄 주가가 더 오른다고 해서 ㈜동양 채권자들의 회수금액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IB업계에선 동양시멘트의 주요 인수후보군으로 시멘트업계 M&A로 유명한 한앤컴퍼니 등 사모펀드(PEF)와 한일시멘트, 삼표, 라파즈한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 동종업체 다수가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