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후예들 서울 연극무대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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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페인 '별무리'·루시 프레블 '엔론'
그레이그의 '한때 사랑…' 잇단 공연
그레이그의 '한때 사랑…' 잇단 공연
영국에 셰익스피어만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무대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탄생 450주년을 맞은 셰익스피어 못지않게 그의 후예인 영국 현대 극작가들의 작품이 경쟁적으로 제작되는 추세다.
피터 셰퍼(88)의 ‘에쿠우스’, 앨런 베넷(80)의 ‘히스토리 보이즈’, 데이비드 헤어(67)의 ‘은밀한 기쁨’ 등 현대 영국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대표작에 이어 데이비드 그레이그(45), 닉 페인(30), 루시 프레블(33) 등 30~40대 극작가들의 작품이 앞다퉈 공연되고 있다. 참신한 이야기 구조와 탄탄한 극적 구성력,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세계 연극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영국 극작가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막이 오르는 닉 페인의 ‘별무리’(예술의전당 제작, 류주연 연출)는 2012년 영국 로열코트 극장에서 초연돼 그해 ‘이브닝 스탠더드 어워드’에서 최고 연극상을 받은 작품이다. 작가는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만큼 서로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평행 우주 이론’에 기반해 두 남녀가 만나 사랑하는 과정을 다양한 형태로 보여준다. 사랑과 인생에 내재된 수많은 가능성을 세련되고 지적인 은유로 그려낸다. 내달 1일까지, 2만5000~4만원.
지난 7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개막한 루시 프레블의 ‘엔론’(두산아트센터 제작, 이수인 연출)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회계부정 스캔들로 꼽히는 에너지 그룹 엔론 사건의 전말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과감한 연극적 언어로 금융 자본주의와 미국 정치 시스템의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를 보여주면서 탐욕에 휩싸인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이야기 솜씨가 일품이다. 오는 31일까지, 3만원.
오는 1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한때 사랑했던 여인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는 독특한 이야기 구성과 무대 미학으로 현대인의 보편적 감성인 상실감과 외로움을 파고들어 울림을 이끌어낸다. 이 작품과 ‘러브 러브 러브’ ‘광부 화가들’ 등 영국 현대 극작가의 희곡을 번역·연출한 이상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1970~1980년대 태어난 작가들이 새로운 연극을 창조하고 있다”며 “숙명론에서 벗어나 사회와 일상을 관조하면서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읽어내는 능력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별무리’와 ‘엔론’을 번역한 성수정 씨는 “영국에서 뛰어난 극작가들이 계속 배출되는 이유에 대해 현지에선 다들 ‘셰익스피어 선생님 덕분’이라고 한다”며 “작가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시스템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피터 셰퍼(88)의 ‘에쿠우스’, 앨런 베넷(80)의 ‘히스토리 보이즈’, 데이비드 헤어(67)의 ‘은밀한 기쁨’ 등 현대 영국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대표작에 이어 데이비드 그레이그(45), 닉 페인(30), 루시 프레블(33) 등 30~40대 극작가들의 작품이 앞다퉈 공연되고 있다. 참신한 이야기 구조와 탄탄한 극적 구성력,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세계 연극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영국 극작가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막이 오르는 닉 페인의 ‘별무리’(예술의전당 제작, 류주연 연출)는 2012년 영국 로열코트 극장에서 초연돼 그해 ‘이브닝 스탠더드 어워드’에서 최고 연극상을 받은 작품이다. 작가는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만큼 서로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평행 우주 이론’에 기반해 두 남녀가 만나 사랑하는 과정을 다양한 형태로 보여준다. 사랑과 인생에 내재된 수많은 가능성을 세련되고 지적인 은유로 그려낸다. 내달 1일까지, 2만5000~4만원.
지난 7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개막한 루시 프레블의 ‘엔론’(두산아트센터 제작, 이수인 연출)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회계부정 스캔들로 꼽히는 에너지 그룹 엔론 사건의 전말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과감한 연극적 언어로 금융 자본주의와 미국 정치 시스템의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를 보여주면서 탐욕에 휩싸인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이야기 솜씨가 일품이다. 오는 31일까지, 3만원.
오는 1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한때 사랑했던 여인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는 독특한 이야기 구성과 무대 미학으로 현대인의 보편적 감성인 상실감과 외로움을 파고들어 울림을 이끌어낸다. 이 작품과 ‘러브 러브 러브’ ‘광부 화가들’ 등 영국 현대 극작가의 희곡을 번역·연출한 이상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1970~1980년대 태어난 작가들이 새로운 연극을 창조하고 있다”며 “숙명론에서 벗어나 사회와 일상을 관조하면서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읽어내는 능력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별무리’와 ‘엔론’을 번역한 성수정 씨는 “영국에서 뛰어난 극작가들이 계속 배출되는 이유에 대해 현지에선 다들 ‘셰익스피어 선생님 덕분’이라고 한다”며 “작가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시스템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