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물' 부추빵 먹으러 대전 가는 서울 사람들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송욱 씨(29)는 주말마다 지방행 기차·버스표를 끊는다. 사내 커플인 탓에 직장 동료들의 눈을 피해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지방 유명 맛집을 찾아다니고 있어서다. 지난주 부추빵과 튀김소보로로 유명한 대전 성심당을 다녀온 뒤 이 커플의 관심사는 ‘빵’이 됐다. 성심당과 함께 ‘전국 4대 빵집’으로 입소문이 난 전주 풍년제과와 군산 이성당, 안동 맘모스제과까지 조만간 섭렵할 계획이다. 풍년제과는 초코파이, 이성당은 단팥빵, 맘모스제과는 크림빵으로 유명하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빵 하나 사 먹기 위해서도 전국 곳곳을 찾는 수고를 마다치 않는 식도락 여행가가 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로그 등에 익숙한 이들이 정보를 온라인상에서 공유하면서 ‘지방 맛집 여행’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간장게장 맛집’보다는 ‘남친(남자친구) 간장게장’을 검색하면 보다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요식업, 주유 밀어내고 카드사용액 1위

‘맛집 기행’ 트렌드는 카드 결제액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분석팀이 서울 거주 회원들이 1분기 지방에서 쓴 카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요식업체에서 쓴 음식비가 153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 동기의 1325억원보다 210억원(16%)이나 불어나며, 당시 1위였던 ‘주유’ 지출을 2위로 밀어냈다. 요식업 결제 건수도 1분기 121만1000회(27%)나 늘어나 숙박·항공·병원·백화점·레저·주유 등 11개 업종 중 가장 증가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서울 사람들이 지방에서 ‘밥값’으로 쓰는 돈이 분기당 7000억원 선으로, 한 해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22% 안팎인 신한카드의 신용카드 시장점유율과 1분기보다 2~4분기의 카드 사용액이 좀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한 추정치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식도락 수요가 늘어나며 여행지 선정 시 ‘음식’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요식업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주·대전·전북·대구서 음식점 매출 급증

정부 청사가 옮겨간 세종시(298%)를 제외했을 때는 서울 사람들의 요식업체에서 카드 사용이 급증한 곳은 제주(35%) 대전(21%) 전북·대구(각각 20%) 등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에서는 KTX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부상하면서 충청 전북 경북지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편입된 결과로 보고 있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이들 지역이 아침에 출발해 관광과 맛집 순례를 마치고 저녁에 귀경하는 당일치기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분석은 신한카드 서울 회원들의 1분기 지방 카드 사용 실적에서 여행·교통, 레저 부문이 요식업과 동반 증가한 데서도 입증된다. 여행·교통 부문 1분기 사용액은 39억원에서 48억원으로 22.5%, 레저 부문은 330억원에서 371억원으로 12.5%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요식업과 교통·레저 부문의 소비 증가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회사들은 이 같은 외식문화 확산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 지역 상권 맞춤 상품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지자체와 연계해 제휴카드를 발급하는 방식의 지방 마케팅도 활발하다. 기업은행은 거제도와 제휴해 거제시내 100여개 가맹점에서 할인 혜택을 주는 ‘남해안시대 바다사랑카드’를 출시했다. 신한카드 하이포인트 나노에프카드는 부산 광복동, 대구 동성로 등 전국 30여개 주요 상권에서 사용액의 5%까지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