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의 창의경영…금호 중앙연구소 대변신
“중앙연구소 개관을 계기로 금호가 바뀌었다는 얘기 좀 들어보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은 작년 9월 경기 용인시의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개관을 앞두고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과 손봉영 연구본부장(전무)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새로 문을 연 중앙연구소의 근무 환경과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그 긍정적인 효과가 그룹 전체로 퍼져나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연구원들이 편한 복장으로 출근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연구하고 토론하도록 최대한 배려하라”며 “그래야 금호타이어가 재도약할 수 있는 새롭고 놀라운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박 회장의 새로운 시도가 ‘창의경영’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찢어진 청바지 입어라”

8일 찾은 연구소에서 확 바뀐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원들의 복장부터 달랐다. 자유롭고 유연한 연구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찢어진 청바지 착용을 허용한 것이다. 검은색, 회색 정장을 강조하던 금호의 보수적인 문화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시도다. 손 전무는 “연구원들에게 작업복을 입혀 놓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근무환경을 바꾸기 위해 캐주얼복을 편하게 입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작업복을 교복처럼 입고 일하던 연구원들은 당초 캐주얼 복장이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하게 됐다고 한다. 장경준 수석연구원(부장)은 “확실한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선 삼성전자와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 연구소처럼 격식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를 경영진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연구소 개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연구 분위기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에 있는 아이디어룸. 금호그룹 제공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에 있는 아이디어룸. 금호그룹 제공
◆“쉬어야 아이디어 나온다”

자유로운 근무 환경과 토론 문화도 자리잡았다. 연구소 3층의 가장 전망이 좋은 위치에는 피트니스센터와 아이디어룸이 마련돼 있다. 연구원들은 근무시간 중에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아이디어룸에는 책상 겸 탁구대도 있다.

장 부장은 “머리가 복잡할 때는 맘껏 쉬어야 한다”며 “운동도 하고 아이디어룸에서 동료와 이야기하면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4층짜리 연구소 건물 내에 총 27개의 회의실을 마련한 것도 특징이다. 건물 내에선 언제 어디서든 회의 및 토론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 역시 박 회장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박 회장은 “중앙연구소는 기적을 만드는 곳”이라며 “매일 즐겁게 생각하고 토론하다 보면 세상을 놀라게 할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전무는 “지금 글로벌 타이어 업계는 기술이 상향 평준화된 만큼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내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미친놈 소리’를 들을 정도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 발굴해 2~3년 내에 성과물을 내놓겠다”고 다짐했다.

그룹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그룹 본사도 매주 금요일에 캐주얼 복장을 허용하는 등 조금씩 변하고 있다”며 “연구소에서 긍정적인 성과가 나온다면 다른 계열사에 이런 문화가 확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인=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