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분리독립 투표 연기해야" 말 바꾼 푸틴, 전술적 후퇴?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꾼 것인지, 유도에서 배운 대로 상대방을 속이는 행동을 취하고 있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친(親)러시아계가 추진 중인 분리독립 투표가 연기돼야 한다고 주장하자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서방 지도자들의 회의적인 시각을 전달했다.

푸틴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디디에 부르칼테르 스위스 대통령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오는 11일 예정된 분리주의자의 투표를 연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서방과 우크라이나 정부가 주도하는 25일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도 “올바른 방향”이라며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긴장 완화를 위해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의 러시아 군대를 철수시키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푸틴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에 서방세계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철수하고 있다는 징표를 아직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CNN은 “서방의 가혹한 제재에 대한 부담을 지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경제정치 분석가인 키릴 로고프도 NYT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분리주의자의 주민투표를 거절한 것이 아니라 단지 연기하자고 했을 뿐”이라며 푸틴의 발언을 평가절하했다.

반면 푸틴이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크림합병처럼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영토를 확보하려는 것이 푸틴이 노리는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러시아 라디오방송 진행자인 콘스탄틴 본 예거트는 “우크라이나에서 주민투표가 이뤄지면 러시아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피를 흘리는 진정한 재래식 전쟁이 될 것이고, 푸틴은 이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