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의 최대 이슈는 '환율'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030원선을 하향 돌파하면서 수출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휘청였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 등을 고려할 때 환율 추가 하락 압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은 잇따라 연저점을 경신했다. 지난 달 1050원선을 이탈한 이후 이달 들어 1030선도 하향 돌파했다. 지난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80원(0.76%) 떨어진 102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030원을 이탈한 것은 2008년 8월 이후 5년9개월 만이다.

전날 소폭 반등한 환율은 다시 하락세를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000원선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환율을 끌어내릴 변수로는 경상수지 흑자를 꼽았다. 국내에선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경상수지가 73억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25개월째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함께 미국 금리가 하락하며 원화 강세를 이끌었다. 지난 연말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3.04%까지 급등했지만 올 들어 다시 2.59%까지 떨어졌다. 2015년 금리 인상을 단행할 정도의 경기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020원까지 도달한 시점에서 원화는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에 힘입어 추가 강세 압력이 불가피하다"며 "일시적으로 1000원을 하회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경상수지 흑자 기조와 올해 3% 후반~4% 수준의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감안할 때 원화 강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 경기지표의 뚜렷한 반등은 2분기 중후반 이후에 가시화돼 환율이 1000원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이하에서 장기간 머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 등으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 지연 가능성이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또 현재의 원화 강세를 뒷받침할 만큼 국내 경기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전 연구원은 "지금 사상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 확대보다 수입 축소가 동반된 결과"라며 "수출 정체와 수입 축소가 동반한 경상수지 흑자는 외환 공급의 양적인 측면에서 원화 강세를 이끌고 있지만 질적인 측면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오랜 기간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신익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외환 당국의 환율 방어에 대한 의지력과 구두개입 등의 여부에 따라 환율이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며 올해 원·달러 환율은 1036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