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델라웨어주 대법원이 소더비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실시한 포이즌필(poison pill) 조치에 대해 그 정당성을 인정했다는 보도다. 포이즌필은 경영권 공격이 들어오면 기존 주주들이 시가보다 싼 가격에 신주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주식을 매집해 들어오는 헤지펀드들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경영진의 보유 주식을 손쉽게 늘려 인수를 어렵게 만드는 비장의 무기다. 기업과 기업가 정신을 지키려는 문화가 뿌리 깊다는 증거다.

소더비를 공격한 투자자는 서드포인트라는 헤지펀드다. 이 회사의 대니얼 롭 회장은 지난해 소더비의 지분 9.6%를 취득한 뒤 소더비의 윌리엄 루프레이트 최고경영자(CEO)의 지도력 부족과 경영부진을 문제삼아 사임을 요구해왔다. 소더비는 이에 대응해 올해 초 포이즌필을 도입하고 법원에 이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증권시장이 발달한 미국도 도입한 제도이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선 존재하지도 않는 경영권 방어제도다. 2009년엔 법무부가 상법 개정안까지 마련했지만 시민단체와 야권이 재벌 특혜론을 들고나오면서 또 발목이 잡혔다. 포이즌필만도 아니다. 1주에 2주 이상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도 한국서는 인정되지 않고 있다. 1주만으로 주주총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 제도 역시 한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제도는 M&A 공격자에게만 유리하다. 적대적 M&A를 조장하는 국가라고 할 만한 편향적인 제도다.

일부에서는 주주 평등주의를 말하지만 그런 말은 교과서에나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국가들이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등 다양한 경영권 방어를 허용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엔 대주주를 혼내주는 제도만 있을 뿐이다. 이런 편향되고 역차별적인 법률들도 고쳐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