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에서 '볼매'로 바뀐 코란도…아내가 더 좋아해요
“예전 그 무지막지한 생김새의 코란도가 아니네?”

코란도C를 처음 제대로 본 아내의 첫마디입니다. 1996년 나온 3세대 코란도는 당시 신선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아무래도 젊은 남성에 어울리는 차라는 느낌이었죠. 아내도 그때 느낌이 강하게 남아 있었나 봅니다.

쌍용자동차가 2011년 내놓은 4세대 코란도C는 상당히 많은 변신을 했습니다. 자동차 길이가 4.26m에서 4.41m로 15㎝ 더 길어졌지만 높이를 10㎝가량 낮추고 전체적으로 둥글게 다듬은 덕에 꽤나 귀여운(?) 모습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지난 주말 아내와 16개월 된 딸 칠복(애칭)을 태우고 서울과 경기 고양시를 연결하는 자유로와 용인~서울고속도로, 분당~수서고속도로, 서울 시내 도로 등 300㎞ 이상을 달려봤습니다.

1996년 출시됐던 3세대 코란도
1996년 출시됐던 3세대 코란도
기자가 평소 운전하는 차는 기아자동차의 K5입니다. 총각 시절 구입한 차인 만큼 살 때 디자인에 우선 순위를 뒀습니다. 멋진 차 덕분에 장가도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만,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다 보니 요즘엔 차를 볼 때 아무래도 얼마나 안전한가, 얼마나 편리한가를 많이 보게 됩니다.

코란도C는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습니다. 우선 차문이 잠기면 내부 손잡이 부분의 도어록 스위치가 눈에 안 띄게 안으로 쏙 들어갑니다. 호기심 많은 칠복 양을 다른 차 뒷자리 카시트에 앉혀 놓으면 이것저것 만지다가 주행 중 도어록이 풀리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요, 도어록 스위치가 잘 안 보이는 코란도C 안에선 그런 위험한 상황이 한 번도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4세대 코란도C
4세대 코란도C
기어를 ‘P(주차)’나 ‘N(중립)’으로 바꾸면 계기판 디스플레이에서 핸들이 좌우로 얼마나 꺾여 있는지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일렬 주차를 할 때 특히 편리합니다. 타이어 공기압 상황과 평균 및 순간 연비도 계기판에서 보여줍니다.

안전벨트 경고음도 무조건 울리는 게 아니라 주차할 때처럼 저속으로 움직일 때는 울리지 않게 설정돼 있습니다. 이쯤 되면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산악인보다는 어린 자녀를 둔 주부들에게 더 어울리는 차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 승용차와 부딪혀도 끄떡없을 것 같은 튼튼한 느낌의 차체도 왠지 모를 안정감을 줍니다. 아내는 몇 번 타 보더니 “코란도C 사주면 잘 타고 다닐게”라고 합니다.

최고 출력 181마력의 성능을 갖춘 배기량 1998㏄의 디젤 엔진은 쭉 뻗어 나가는 가속 성능이 좋습니다. 가족과 함께라 시속 120㎞까지만 밟아 봤지만 그 이상 여력도 충분해 보입니다. 시동을 켠 채 차 밖으로 나가 보면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을 여과 없이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차 안으로 들어오면 상당히 조용합니다.

노면 상태를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딱딱한 승차감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다만 적당한 진동 덕분인지 예민한 딸아이 칠복 양은 이 차를 탄 다섯 번 중에 네 번 잠이 들었습니다(사진). 차를 타면 좀처럼 잠자지 않는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듯합니다.

트렁크가 다소 좁다는 점도 단점입니다. 딜럭스형 유모차는 여유 있게 들어가지만 세 발 자전거형 유모차를 넣으니 꽉 차버렸습니다. 뒷좌석 의자를 접으면 적재 공간이 확 넓어지긴 합니다만 서너 명 가족이 상시 타는 차라면 다소 무리가 있는 설정인 듯합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