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 제공
한국항공우주 제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사장 하성용)이 공군사관학교 생도들이 기초비행훈련을 받을 때 타는 소형 항공기(KC-100·나라온) 23대를 공군에 공급할 예정이다.

KAI는 국방부, 국토교통부, 방위사업청과 국산 항공기 실용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9일 발표했다. 공군사관학교 생도들의 기초비행훈련에 쓰는 러시아제 T-103 23대를 2016년까지 전량 KC-100으로 대체하는 게 협약의 골자다. 올해 안에 최종 계약이 맺어지면 KAI는 기초훈련부터 TA-50을 비롯한 전술기동훈련기까지 공군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계열의 항공기를 군에 납품한다.

KC-100은 국토부와 KAI가 작년 말 함께 개발을 마친 국내 최초의 상용 민간 항공기다. 이 기종을 바탕으로 국토부는 19인승 이하 소형 항공기에 대한 한·미 상호항공안전협정(BASA)을 추진 중이다. 민풍식 국토부 항공산업과 사무관은 “미국과 협정을 맺는 것은 전 세계에 수출할 때 안전에 대한 별도의 인증이 필요 없다는 의미”라며 “KC-100은 향후 국내 항공기 제조업 발전을 이끌 기대주”라고 설명했다.

오는 6월 시험평가와 가격 결정 등을 거쳐 계약이 맺어지면 KAI 측은 KC-100을 훈련 용도에 맞게 개조해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시철 방위사업청 지원훈련기 사업팀장은 “기존 사업 예산 290억원 내에서 순조롭게 도입을 완료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기본적으로 민간 항공기로 개발돼 피아식별장치와 같은 최소한의 군용 장비를 다는 개조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비행실습용 훈련기를 국산품으로 대체하면 당장 약 15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하고, 향후 국산 경항공기와 민간 무인항공기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기초, 중등, 고등, 전술기동 등 단계별로 돼 있는 조종사 훈련에서 자국산 기종을 사용하면 조종사들이 새 기종에 적응하는 데도 유리하다. KAI 관계자는 “현재 자국산 비행기로 모든 훈련과정을 소화하는 나라는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등 군수산업 및 항공 선진국 8개국뿐”이라고 말했다.

KAI는 2000년부터 기본훈련기(KT-1) 고등훈련기(T-50) 등 150여대의 훈련기를 공군에 인도했다. 2011년에는 무장을 장착하고 기동할 수 있는 전술훈련기 TA-50을 납품했다.

공군 관계자는 “국내산 항공기를 운용할 때는 고장이 나더라도 해외 제작사에 부품을 요청할 필요 없이 재빨리 후속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은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공군은 공군사관학교 생도들이 받는 기초훈련에서만은 러시아 일류신이 만든 T-103을 활용했다. T-103은 2004년 옛 소련에서 받지 못한 차관 대신 러시아제 무기를 들여온 ‘불곰사업’ 품목에 포함돼 있었다. 이 기종은 전 세계적으로 60대밖에 운용되지 않아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고 가동률도 떨어지는 등 문제가 컸다는 게 공군 측 설명이다. 2011년에는 연료장치 결함으로 한 대가 추락해 비행교관과 생도가 사망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군이 사용한 지 10여년밖에 지나지 않은 T-103을 도태시키고 신형 기종을 도입하기로 2012년 결정한 배경이다.

당초 방사청은 기초훈련기 후보 기종으로 미국 세스나와 오스트리아 다이아몬드 등 해외 유명 소형 항공기 제작사 제품을 고려했다. 그러나 작년 12월 국산 KC-100의 개발이 완료되면서 국토부와 KAI가 ‘국산 비행기’를 사용하자고 제안했고 군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