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삼성자산운용 지분 100%를 인수하고 삼성선물 지분 41%를 삼성증권에 매각하기로 한 것은 자산운용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역량을 높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단순하게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만 운용하는 게 아니라 삼성자산운용을 발판으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의 자산운용까지 도맡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대신 삼성선물 등은 삼성증권으로 일원화해 지분 구조를 단순화하고 향후 지배구조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복안도 자리하고 있다.
삼성생명 '글로벌 자산운용' 역량 키운다
삼성생명은 최근 수익성 악화에 머리를 싸맸다. 저금리 구조의 고착화로 역마진이 발생하면서 현재와 같은 사업구조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전체 직원 6390명 중 15%가량인 1000명을 줄이기로 했다.

구조조정은 당장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장기 성장성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삼성생명은 중장기 비전을 자산운용능력 극대화로 잡았다. 삼성생명은 해외 부동산 투자 등 대체투자 능력이 풍부하다. 부동산 전문 자회사인 삼성SRA자산운용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주식 채권 등 펀드 운용에 노하우를 갖고 있다. 둘의 장점을 결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삼성생명은 판단했다.

더욱이 글로벌 보험사들은 자산운용사를 직접 보유하는 추세다. 글로벌 10대 생보사 중 9개사가 자산운용사를 갖고 있다. 삼성생명과 가까운 뉴욕라이프도 뉴욕라이프자산운용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큰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생명도 글로벌 생보사처럼 자산운용사를 앞세워 자산운용업계의 강자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자산운용 능력 강화는 상품운용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변액보험 등의 수익률을 높여 역마진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

국내 생보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달해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2013회계연도(4~12월) 생보사들은 수입보험료(매출) 감소로 인한 보험이익 축소로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3% 감소했다. 총자산 규모는 52조원가량 늘었지만 초회보험료(신규 판매액)가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외환위기 직후 팔았던 확정형 고금리 보험상품으로 인해 제대로 수익을 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지분 정리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분 구조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단순해진다. 일단 삼성자산운용과 삼성선물은 각각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이 주식 100%를 보유해 완전자회사로 편입된다.

앞서 지난 4월에도 삼성생명은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화재 주식 0.63%를 712억원에 사들여 지배력을 10.98%로 높였다. 또 작년 12월에는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6.38%를 2641억원에 사들여 34.41%로 지분율이 급등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