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역
합정역
합정역 환기실 화재 소식이 화제다.

10일 지하철 2호선과 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 환기실에서 화재가 발생, 승객들이 대피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합정역 환기실 화재, 긴박하고도 우왕좌왕한 시간들

기자가 합정역에 들어선 시간은 5시 20분경. 역사 밖에는 소방차들이 출동해 있었고 다른 소방차들도 뒤를 이어 현장에 도착했다. 8번 출구로 들어서는 순간, 몇몇 시민들이 지하철을 빠져나오며 "불이 났다"는 상황을 전했다. 들어간 지하철 역사는 혼잡하기 그지없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우왕좌왕하는 시민. 시민들은 대피를 해야 하는지, 지하철을 이용해도 되는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소방관도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도착한 소방관들은 현장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며 시민들의 이야기에 따라 현장을 찾아 나섰다. 이어 나타난 현장 관계자를 따라 소방관이 자리를 이동했다.

시민들의 말을 듣고 불이 났다는 2호선으로 향한 기자는 현장을 찾을 수 없었다.

2호선은 정상 운행 중이었으며, 연기도 냄새도 찾을 수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6호선을 찾아가 보니 연기는 많이 빠졌으나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연기가 보였고, 냄새도 맡을 수 있었다.

이어 '화재는 모두 진압됐고, 현재 모든 열차가 정상운행 중입니다'라는 방송이 울려 퍼졌다. 그 시각이 5시 30분경이었다.

합정역 환기실 화재, 대형 화재로 번졌다면…

다행히 빠른 조치로 단시간에 화재를 진압했고, 큰 인명 피해 없이 사고는 수습됐다. 그러나 현장에서 본 모습들은 자칫 대형 참사를 예고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정확한 상황이 전달이 안 돼 시민들이 대피하는 순간에도 일부 승객들은 자신이 갈 길을 재촉했다. 2호선 개찰구를 돌아봤으나, 현장에서 대피하라거나 열차 이용이 가능하다는 등의 안내를 하는 사람을 발견할 수 없었다.

방송 역시 혼잡한 상황에 깨끗하지 못한 음향설비로 정확히 알아듣기 힘들었고, 그마저도 스피커 주위에서 몇 발자국 벗어나면 알아들을 수 없는 정도였다.

화창한 주말, 다수의 시민이 이용하는 환승역이었다는 점에서 큰 화재로 이어졌다면 또 한 번의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합정역 환기실 화재, 정확한 상황에 대한 전파와 시민들의 신뢰 필요

많은 인재(人災)를 겪으면서 다수의 사람이 느끼는 부분은 한결같이 상황을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따라 할 수밖에 없다. 말은 말을 낳아서 점점 커지게 한다. 실제로 사고 당시 일부 시민들은 "열차에서 불이 났다"고 전해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시민들이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안내가 가능한 전광판 등의 설치와 방송시설을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시민들은 우왕좌왕하지 말고 관계자들의 말을 믿고 따를 수 있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물론 최근 들어 일어나는 많은 사고로 인해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사고 발생 시 관계자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신뢰만을 바랄 수 없다. 이는 상호 노력을 통해 만들어야 될 우리 모두의 과제다.

합정역 환기실 화재 현장을 겪고 나니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 어느 때보다 상호간의 신뢰 회복이 시급해 보인다.

한경닷컴 변성현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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