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인한 서민경제의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파장이 예상보다 크고 전방위적이다. 유족의 슬픔만 바라본다면 경제 걱정이 자칫 야박한 얘기처럼 비쳐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인의 삶은 지속되어야 한다. 소비 위축세는 예상보다 심각하다. 더구나 피해는 소상공인, 영세 자영사업자 쪽에 집중되고 있다.

‘내수 디플레이션 우려된다’라는 현대경제연구원의 어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세월호 여파로 올해 민간소비와 국내총생산(GDP) 증가세가 각각 0.3%포인트, 0.1%포인트 내려갈 것이라고 한다. 특히 전체 소비지출의 20%를 차지하는 오락문화, 음식숙박 분야의 위축이 심각하다. 식당 운송 숙박 주점 등 여행·관광업계의 과도한 소비절벽 현상은 이미 한경 보도로도 숱하게 지적됐다. 연구원은 업종별 신용카드 사용치 등을 분석하면서 이대로 가면 일자리 위축도 7만3000개에 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지 않아도 1분기 소비와 설비투자가 둔화된 상황이다. 경제심리 위축이 지속되면 경기회복은 영 어려워질 수 있다. 이렇게 악순환 구조에 빠지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정부도 나서기는 했다. 어제는 여행·운송·숙박업체에 관광진흥개발기금 등에서 저리로 18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앞서 9일에는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회의에서 예산 7조8000억원을 앞당겨 풀기로 했다. 이틀 만에 추가대책을 내놓았다. 과도한 소비 위축에 대한 선제대응인 셈이다.

한국은행도 장기화 조짐까지 보이는 소비부진을 걱정하고 있다. “성장과 물가 전망은 소비심리 위축이 어느 정도,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것은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총재가 우려한 그대로다. 동호인 모임까지도 무조건 취소해버리는 식의 사회 분위기는 내수단절을 초래하게 된다. 안 그래도 일본형 장기 디플레에 대한 걱정들이 적지 않았던 시점이다. 소비도 심리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요즘이다. 세월호처럼, 너무 위축된 소비심리도 또 하나의 쏠림 현상은 아닌가. 세월호가 경제까지 디플레로 끌고 들어갈 수는 없다. 슬픔을 누그러뜨리고 삶의 현장을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