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프리실라' 공연프로듀서 개리 매퀸 "450만 감동시킨 비결? 이야기의 힘이죠"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은 ‘요타 레욘’ 극장. 주로 연극을 올리는 1200여석 규모의 고풍스러운 이 극장에선 호주 뮤지컬 ‘프리실라’가 지난해 9월부터 장기 공연 중이다. 스웨덴 배우들이 스웨덴어로 연기하는 라이선스 공연으로, 9개월째인데도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흥행 열기가 뜨겁다.

동명의 영화가 원작인 ‘프리실라’는 호주 뮤지컬 중 세계적으로 흥행에 가장 성공한 작품이다. 2006년 호주 시드니 초연 이후 런던, 토론토, 뉴욕, 로마, 밀라노, 상파울루, 마닐라, 스톡홀름 등에서 3500여회 공연돼 450여만명이 관람했다. 국내에서는 설앤컴퍼니가 제작해 오는 7월8일부터 9월28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초연된다. ‘프리실라’를 제작한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공연 프로듀서 개리 매퀸(사진)을 요타 레욘 극장에서 만났다.

“영화 ‘프리실라’(1994년)를 만든 스티븐 엘리엇 감독이 처음 뮤지컬 제작을 제안했을 때 ‘최악의 아이디어’라고 말해줬어요. 버스가 사막을 비롯한 광활한 호주의 대자연을 가로지르는 장면을 무대에서 표현하기가 불가능해 보였죠. 하지만 2년 후 다시 보니 작품이 가진 이야기의 힘이라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영화는 ‘드래그 퀸’(여장 남자) 공연을 하는 세 명의 남자가 시드니에서 엘리스 스프링스까지 이어지는 사막횡단 버스 여행을 함께하며 겪는 이야기다. 이들을 태운 버스 이름이 ‘사막의 여왕’이라는 뜻의 ‘프리실라’다.

매퀸은 “버스 없이는 뮤지컬을 만들 수 없어 결국 360도 회전하고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으로 장식한 8.5t짜리 버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호주 초연 제작비(600만호주달러·약 57억원) 중 20%가 버스에 투입됐다.

의상에도 매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비용이 들어갔다. 영화에서도 의상을 담당해 아카데미상을 받았던 리지 가드너·팀 샤펠 콤비는 500벌이 넘는 무대 의상을 만들었다. 제작비는 150만호주달러(약 14억원). 매퀸은 “중요한 건 비용이 아니라 결과물”이라며 “버스와 의상을 통해 작품 전달을 위한 효과적이고 상징적인 소통 방식을 확보한 것에 크게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호주 색채가 강한 이 작품이 세계적인 흥행을 이뤄낸 가장 큰 요인으로 ‘스토리’를 꼽았다.

“버스나 의상은 사실 부수적인 요인입니다. 단절된 가족 관계의 회복과 자아 찾기 여정 등에서 나오는 따뜻한 이야기와 감동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관객들의 감성과 소통을 이뤄낸 것이죠. 성 소수자와 ‘드래그 퀸’ 공연 등을 소재로 한 작품에 호주의 가장 보수적인 관객들도 공감과 지지를 보낸 것은 바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가진 힘이었어요.”

2년간의 제작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건 대본 작업이라고 했다. 첫번째 대본을 보고는 ‘제작 중단‘까지 생각했다. ‘영화의 이야기를 무대에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영화와 무대는 확실히 달라요. 영화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개념이라면 무대에선 이야기에 사람을 끌어들여 공감하고 공유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영화와 달리 무대에선 극 초반에 여행의 목적이 존재를 몰랐던 아들을 만나러 가는 여정임을 밝히는 것도 이 때문이죠.”

스톡홀름=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