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키위의 대명사 ‘제스프리’는 키위 재배 농가들로만 주주가 구성된 기업형 영농 협동조합이다. 현재 뉴질랜드의 2700여개 농가가 제스프리를 통해 키위를 수출하고 있다.
제스프리는 세계 키위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남반구 출하시기(4~11월)에는 점유율이 70%까지 오른다. 제스프리 키위의 가장 큰 경쟁력은 높은 당도다. 그 비결에는 제스프리 측이 농가에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가 있다. 제스프리는 보다 달고 맛있는 키위를 생산한 재배 농가에 최대 50%까지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재배 농가 간에 상호 경쟁을 유도하는 성과 제도를 통해 품질 향상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농가들은 수확 이전에 원예작물 컨설팅 연구소인 아그퍼스트에 90개의 샘플을 보낸다. 이곳에서 당도를 예측할 수 있는 브릭스, 건물량(수분을 제거한 뒤 남은 양의 비율) 테스트를 통해 일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제스프리에 키위를 공급할 수 없다. 골드키위 기준으로 1등급 키위는 당도 최소 8브릭스, 건물량 16.2% 이상을 넘어야 한다. 1등급 키위를 결정하는 건 당도뿐이 아니다. 최종 포장 단계에서도 모양과 크기, 표면의 흠집 등을 육안으로 직접 살펴 미달하는 것을 골라낸 뒤 수출용 상자에 담는다. 1등급은 아시아와 유럽, 2등급은 호주와 북미시장에 수출하고 나머지 3등급은 내수시장에서 판매한다.
레인 제거 제스프리 최고경영자(CEO·사진)는 “꾸준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농가뿐 아니라 본사에서도 전 과정을 시스템화해 관리한다”며 “후숙과일(수확 후에도 익어가는 과일)이기 때문에 수확 후 저장, 배송도 체계적으로 관리해 당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멜라니 팔머 제스프리 마케팅 매니저는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 뉴질랜드 내수시장에는 키위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50대 기업에 속하는 제스프리는 지난해 54개국에 수출했으며 매출은 15억6000만 뉴질랜드달러 (약 1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760만 뉴질랜드달러(약 67억원)를 올렸다.
제스프리의 가장 큰 경쟁자는 값싼 칠레산 키위다. 제스프리의 아홉 번째로 큰 수출국인 한국에서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올해부터 칠레산 키위에 관세가 붙지 않게 됐다. 반면 뉴질랜드산 키위에는 45%의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제거 CEO는 “칠레산 키위가 저렴한 가격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꾸준한 연구개발로 맛과 영양을 높여서 품질로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우랑가(뉴질랜드)=박해리 기자 su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