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이력서 - 오은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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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밥을 먹고 쓰는 것.
밥을 먹기 위해 쓰는 것.
한 줄씩 쓸 때마다 한숨 나는 것.
나는 잘났고
나는 둥글둥글하고
나는 예의 바르다는 사실을
최대한 은밀하게 말해야 한다. 오늘밤에는, 그리고
오늘밤에도
내 자랑을 겸손하게 해야 한다.
혼자 추는 왈츠처럼, 시끄러운 팬터마임처럼
달콤한 혀로 속삭이듯
포장술을 스스로 익히는 시간.
다음 버전이 언제 업데이트 될지는 나도 잘 모른다.
다 쓰고 나면 어김없이 허기.
아무리 먹어도 허깨비처럼 가벼워지는데
몇 줄의 거짓말처럼
내일 아침 문서가 열린다.
문서상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다.
시집《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문학동네) 中
아직 취업을 못 한 친구는 여기저기 이력서를 뿌리고 있습니다. 30년 인생을 몇 줄로 정리해야 합니다. 자기소개서를 덧붙인다 해도 모두 설명하기 힘든 삶을, 추리고 또 추립니다. 밥을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 이젠 이력서 쓰기에 이력이 나고 자기소개서가 소설이 됐다며 자조하는 친구. 그저 조용한 응원을 보냅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밥을 먹기 위해 쓰는 것.
한 줄씩 쓸 때마다 한숨 나는 것.
나는 잘났고
나는 둥글둥글하고
나는 예의 바르다는 사실을
최대한 은밀하게 말해야 한다. 오늘밤에는, 그리고
오늘밤에도
내 자랑을 겸손하게 해야 한다.
혼자 추는 왈츠처럼, 시끄러운 팬터마임처럼
달콤한 혀로 속삭이듯
포장술을 스스로 익히는 시간.
다음 버전이 언제 업데이트 될지는 나도 잘 모른다.
다 쓰고 나면 어김없이 허기.
아무리 먹어도 허깨비처럼 가벼워지는데
몇 줄의 거짓말처럼
내일 아침 문서가 열린다.
문서상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다.
시집《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문학동네) 中
아직 취업을 못 한 친구는 여기저기 이력서를 뿌리고 있습니다. 30년 인생을 몇 줄로 정리해야 합니다. 자기소개서를 덧붙인다 해도 모두 설명하기 힘든 삶을, 추리고 또 추립니다. 밥을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 이젠 이력서 쓰기에 이력이 나고 자기소개서가 소설이 됐다며 자조하는 친구. 그저 조용한 응원을 보냅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