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파로 외국계 기업 JTI코리아 인턴을 거쳐 정규직 사원이 된 이도훈(왼쪽)·위주현 씨는 “상사가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유학파로 외국계 기업 JTI코리아 인턴을 거쳐 정규직 사원이 된 이도훈(왼쪽)·위주현 씨는 “상사가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글로벌 담배 제조·유통회사 JTI코리아가 대학생 인턴 프로그램 ‘스텝 6기’를 뽑는다. 오는 18일까지 지원서를 받는다. JTI코리아는 기수마다 우수 인턴을 인턴 연장 또는 파견직 근무 등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2011년 하반기에 시작한 JTI코리아 인턴 프로그램은 매년 여름·겨울 두 차례 진행해 5기까지 31명의 인턴사원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우수 인턴 3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최근 정규직으로 전환된 신입사원 2명을 만나 인턴 채용 과정과 정규직 전환 비결을 들어봤다. 지난해 12월 새로 부임한 아나스타시오스 싯사스 대표가 인터뷰 도중에 찾아와 신입사원들과 웃으며 대화하기도 했다. 인터뷰는 서울 새문안로에 있는 JTI코리아 본사 18층에서 이뤄졌다.

1992년에 설립된 JTI코리아는 본사와 전국 22개 지점에 560명이 근무 중이다. 담배회사지만 여성 비율이 높다. 본사 직원의 여성 비율은 51.33%에 이른다. 본사 근무 외국인 비율은 20%에 육박한다. 직원들의 흡연 비율은 30% 수준이다. 인터뷰에 나온 2명의 신입사원도 모두 비흡연자였다. JTI코리아의 비전은 ‘담배산업을 넘어 한국에서 최고 기업’이 되는 것이다.

매니저가 뽑고 싶었던 인턴

“JTI코리아는 채용 때 나이, 성별을 묻지 않아요.”

서른한 살의 늦깎이로 지난해 JTI코리아에 입사한 이도훈 씨는 이렇게 말했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이씨는 국내 금융권 문을 두드렸지만 매번 쓴맛을 봤다. 계속된 탈락에 그는 언어에 대한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외국계 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이씨는 “유학생들은 한국 대학생과 비교할 때 특별한 스펙이 없기 때문에 영어라는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외국계 기업을 노크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유학을 준비 중인 학생이라면 외국 대학에서 학생회나 동아리 등에서 경험을 많이 쌓으면 나중에 국내 기업에 취업할 때 유리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월 JTI코리아 인턴 프로그램에 합격한 이씨는 지원 부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매부에 지원한 그는 이력서 작성을 앞두고 국내 대기업 구매파트에서 일하는 친척 형을 찾아 조언을 구했다. “구매 업무는 어떤 일이고, 내가 가진 장점을 어떻게 지원 직무에서 활용할 수 있을지를 묻고 또 물었어요. 이때 알게 된 구매 업무 지식이 면접 때 큰 도움이 됐죠.”

이씨는 “실제 면접에서 차량 구매 때 리스·렌트 등 어떤 방식으로 구매하면 효율적인지 질문을 받았다”며 “지원 직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식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씨는 현재 영업사원들의 차량 구입과 운영, 신규 홍보대행사 선정 계약, 회사 물품 구입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

2개월 인턴 기간을 마치고 이씨가 입사 제의를 받은 비결은 뭘까. JTI코리아 인사담당자는 “이씨의 인턴 기간 중에 해당 매니저가 그를 신입사원으로 뽑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인턴 기간 중 상사가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는 설명이다.

인터뷰에 배석한 홍보담당자도 “지난해 1월 JTI코리아 전 직원이 모이는 ‘킥오프 미팅’ 때 이씨가 동기 5명과 함께 여장을 하고 아이돌 가수 씨스타 춤을 췄는데 아직도 사내에서 회자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매 업무에 대한 성실성과 조직에 신선함을 준 것이 함께 일하고 싶어했던 비결이라는 것이다.

임원들에게 극찬받은 PT 비결

“인턴 마지막주 프레젠테이션(PT)이 당락을 좌우했어요.”

2012년 JTI코리아 여름 인턴을 통해 그해 10월 입사한 위주현 씨(27·미국 오하이오주립대)는 15분 분량의 내용을 모두 소화해 10여명의 임원 앞에서 PT를 했다. 위씨는 “가능하면 스크립트를 안 보려고 며칠 동안 모든 내용을 암기하다시피해 발표를 준비했다”며 “내용도 중요하지만 PT를 준비하고 매니저와 주제를 설정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원들은 위씨의 깔끔하고 완벽한 PT를 극찬했고, ‘인턴을 2주 더 할 수 있느냐’는 제안을 했다.

JTI코리아 인턴 2개월은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하게 된다. 리서치팀에 배치된 위씨는 리서치 분야 세계적 기업인 닐슨과 함께 일한 기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수평적 조직문화와 다양한 국가에서 온 외국인과 함께 일하는 글로벌 근무 환경도 매력적이었다. “JTI코리아의 가장 큰 장점은 인턴에게도 정규 직원과 똑같은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어요. 인턴이었지만 닐슨 직원을 상대로 토론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위씨는 “영문이력서는 수업 중 교수님께 첨삭받은 것을 수정해 제출했다”며 “평소 자신의 이력서를 6개월 혹은 1년 단위로 업데이트해 놓으면 입사를 앞두고 큰 두려움이 없을 것 같다”고 소개했다.

그는 “입사 후 다른 지원자의 이력서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정말 환상적인 스펙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며 “하지만 정작 인턴에 뽑힌 사람들의 특징은 스펙보다 자신의 경험을 직무와 관련해서 적절하게 표현한 사람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외국계 기업도 스펙보다는 직무와 관련된 경험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