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3억弗 빚더미' 美우체국…포퓰리즘에 구조개혁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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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 폐쇄·종업원 복지혜택 축소하겠다는데…의회서 번번이 '퇴짜'
퇴직자 연금·건강보험료
연 50억弗 적립 의무화로
심각한 재정위기에 몰려
노조 반대·'표'의식 법안 낮잠
퇴직자 연금·건강보험료
연 50억弗 적립 의무화로
심각한 재정위기에 몰려
노조 반대·'표'의식 법안 낮잠
!['643억弗 빚더미' 美우체국…포퓰리즘에 구조개혁 발목](https://img.hankyung.com/photo/201405/AA.8660645.1.jpg)
◆8년간 적자…총 부채 70조원
9월 결산법인인 미 우체국은 2014회계연도 2분기(1~3월)에 19억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1분기 적자(3억5400만달러)의 5배가 넘는다. 지난 22분기 가운데 20분기 동안 적자를 기록했다. 올 회계연도 2분기에 손실이 급증한 것은 1종 우편물(편지봉투) 물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메일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데다 수표(check)를 우편으로 보내는 전통적인 공과금 결제 대신 온라인 결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다만 1종 우편물 감소에도 불구하고 소포 등 일반물품 배달은 2분기에 7.3% 증가했다.
이는 온라인 쇼핑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우체국은 고육지책으로 지난해 말 아마존과 손잡고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등에서 일요일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내달부터 휴스턴 필라델피아 등 15개 대도시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문제는 영업에서 아무리 돈을 벌어도 손실을 피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의회는 우체국이 2003년부터 4년 연속 10억~40억달러의 흑자를 내자 2006년 미래 퇴직자를 위한 건강보험 기금에 매년 50억달러씩 10년간 적립하도록 법을 만들었다. 미국 자동차회사 GM이 금융위기 때 파산위기에 내몰린 것도 퇴직자를 위한 연금 및 건강보험료 탓이었다. 우체국의 3월 말 현재 직원 및 퇴직자를 위한 각종 복지급여 충당금이 998억달러에 달한다.
요셉 코베트 우체국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0일 분기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심각한 재정 위기에 놓여 있다”며 의회가 퇴직자 건강보험 플랜을 서둘러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체국의 총 부채는 2011년 3월 399억달러에서 지난 3월 말 643억달러로 급증했다. 자산 420억달러를 훨씬 웃돈다. 특히 2012회계연도엔 2년치 건강보험 기금을 한꺼번에 적립하면서 한 해 적자 규모가 157억달러에 달했다.
◆부실 방관하는 정치권
우체국 경영진은 2011년부터 수차례 자구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초엔 △건강보험 기금 적립액을 줄이고 △주 6일인 우편배달 일수를 주 5일로 축소하고 △수익성 낮은 지점을 폐쇄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토요일 배달만 중단해도 연간 2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우체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의회에서 아직 낮잠을 자고 있다. 노조와 우편 의존도가 높은 지방 유권자들이 반대하자 정치권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프레드릭 로날도 미 집배원연합회장은 “의회가 토요일 우편배달을 중단할 경우 공공 서비스를 약화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톰 카퍼 상원 국토안보·정무위원장(민주·델라웨어주)은 “의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우체국은 회복하기 힘든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며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번 회기에서 법안처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