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목 사고 팔아야 할지 '감'이 안오는데…헤지펀드 선발주자 삼성·미래 '이름값'
한국형 헤지펀드 선발주자인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후발주자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신자산운용의 수익률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2년 이상 트랙레코드(과거 수익률 추이)를 쌓아온 선발주자가 후발주자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작년 이후 방향성 없는 ‘안갯속 증시’가 계속된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선발주자들의 약진

2분기 들어 26개 한국형 헤지펀드의 수익률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기업 펀더멘털(내재가치)을 분석해 상승 예상 종목은 매수(롱)하고, 하락 예상 종목은 매도(쇼트)하는 롱쇼트 전략도 요즘 같은 안개 증시에서는 수익 내기가 수월치 않다는 게 매니저들의 설명이다.

이 가운데 선발주자에 속하는 삼성과 미래에셋은 올 들어 3~5% 수익률을 내며 그나마 ‘이름값’을 하고 있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2.72% 하락했지만 이들 펀드는 매달 0.5~1%씩 수익을 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4개 헤지펀드 모두 연초 이후 3.43~3.9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종선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본부 매니저는 “중위험, 중수익에 초점을 맞춰 시황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기업실적과 원화 강세에 따른 수혜주 분석을 통해 수익을 꾸준히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헤지펀드도 올 들어 성과 개선폭이 두드러진다. ‘미래에셋맵스스마트Q오퍼튜니티’는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5.29%의 수익률을 냈다. 지난해 4%대 수익에 그친 것과 달리, 올 들어 수익률이 가파르게 올랐다. 홍성범 미래에셋자산운용 헤지펀드 매니저는 “올해 시장환경이 퀀트모델에 잘 맞아 떨어지면서 다른 펀드 대비 높은 성과를 냈다”며 “지난 2년간 운용성과를 검증받아 올해 목표 수익률을 연 6%에서 9%로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힘 빠진 후발주자들

지난해 하반기 국내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 트러스톤자산운용과 대신자산운용은 고전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1호 펀드 ‘트러스톤코리아롱숏’은 올 들어 -3.81%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해외에서 헤지펀드 운용성과를 검증받아 설정 초기부터 1000억원 넘게 자금을 끌어모았던 인기가 무색해졌다. 지난해 말 설정한 2호 펀드 ‘트러스톤탑건 멀티스트래티지’도 2.26% 손실이 났다. 김성우 트러스톤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본부장은 “올 들어 오르는 종목만 오르는 시장 쏠림이 지속된 탓에 저평가 종목을 사고 고평가 종목을 파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분석 전략이 먹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말 설정해 가파른 수익률과 자금몰이로 돌풍을 일으켰던 ‘대신에버그린롱숏’도 2분기 들어 주춤해졌다. 연초 이후 누적수익률이 13%였지만 최근 고전하면서 9일 기준 10.60%로 내려앉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펀드별 운용전략과 시황에 따라 펀드 간 수익률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1~2년 트랙레코드를 통해 꾸준한 성과를 검증받은 펀드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