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은 지난해 10월에도 교차 공연을 선보였다. 국립무용단의 ‘춤, 춘향’과 국립발레단의 ‘지젤’을 번갈아 무대에 올린 것. 당시 ‘춤, 춘향’은 국립무용단 창단 51년 만에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이번에 재공연하는 ‘단’과 ‘묵향’은 두 편 모두 한국무용의 틀을 깨는 작품이다. ‘단’(5월31일, 6월4·6일)은 안무가 안성수 씨의 작품으로, 한국 춤의 원형인 굿을 절제된 형식으로 풀어냈다. 신분, 종교, 권력을 상징하는 오브제인 단 위에서 인간이 내적·외적으로 갈등하는 모습을 그렸다. 전통음악인 시나위와 바그너의 오페라 서곡 등을 섞어 배경음악으로 쓰고, 수백개의 형광등과 초록·붉은색 빛이 만들어 내는 무대 조명이 강렬하다. 안씨는 “3막9장 중 이번 공연에는 4장을 새로 바꿨고, 6장과 7장이 이전보다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묵향’(6월1·3·5·7일)은 윤성주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안무한 작품. 매난국죽 사군자를 춤사위로 표현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을 통해 세상을 보는 군자의 시선을 담았다. ‘단’이 전통을 현대식으로 풀어낸 데 비해 ‘묵향’은 전통 춤사위의 본질에 충실한 작품이다. 화선지같이 하얀 공간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함축적인 몸짓으로 무대를 꾸민다. 윤 감독은 “무대는 크게 바뀌지 않지만 출연자 중 반 이상이 바뀌기 때문에 지난해와 다른 느낌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작품 모두 정구호 전 제일모직 전무가 연출·무대·의상·음악 디자인을 맡았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무대가 인상적이다. 2만~7만원. (02)2280-4114~6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