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용 다리 제조업체 하이드로코리아 양난경 사장
고객만족 강사서 CEO로
영업수완·성실함으로 무장
年 매출 200억 기업 키워
양난경 하이드로코리아 사장에게 별명을 묻자 대뜸 “양 총무를 줄여서 ‘양총’이라고 부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젊은 여자가, 그것도 전공이 아닌 다리(교각) 제조업체 사장이라고 하니까 처음엔 무시하더라고요. 꾸준히 공부하고 현장을 다니면서 성실히 임하니까 결국엔 인정을 받았습니다.”
◆가장 먼저 출근하는 사장
양 사장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대한항공에 승무원으로 취업했다. 입사 8개월 만에 결혼한 그는 시댁의 반대로 비행기 타는 것을 포기했다. 기업을 돌아다니며 조직 및 인력 관리, 커뮤니케이션 등 CS(customer satisfaction) 교육을 하는 강사로 8년간 일했다.
그가 경찰종합학교 외래교수, 한국시설안전공단 강사, 육군교도소 교화위원으로 활동했던 것도 모두 CS 강사 시절이다. 그러던 중 엔지니어이자 하이드로코리아 창업자인 남편이 특허출원 등 회사운영 문제로 골치를 앓았고, “이러다가 회사도 남편도 큰일이 나겠다” 싶어 2010년 자발적으로 하이드로코리아에 들어왔다. 그의 인력관리 능력과 영업수완, 성실성을 잘 알고 있던 남편이 아내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내주고 본인은 제품 개발에만 매달렸다.
양 사장은 “처음 1년 동안 몸도 마음도 무척 고생했다”고 말했다. “토목공학을 전공한 남자 직원들 사이에서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면서 하천 교각에 대한 공부를 해나갔습니다. 저도 힘들었지만 남편은 그때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하루에도 2~3번씩 응급실에 실려가기 일쑤였죠.”
그는 교각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경영수업을 위해 아주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고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도 수료했다.
◆“독창적인 상품 있어야”
하이드로코리아는 2010년 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올해 200억원으로 예상될 정도로 성장했다. LH(한국주택토지공사)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첫마을 특수구조물 공사, 수원 SK스카이뷰 아파트 신축공사, 경기도 양화천 생태하천조성공사 등을 따냈다.
또 서부화력발전소의 평택복합2단계건설 GRP확장공사, 원주기업도시 개발, 충남 아산신도시 해제지역 연계교통망 구축 사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강점은 20~25m 길이의 소하천용 다리 제조기술이다. 건설신기술 696호(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건설교통신기술협회)로 지정된 이 기술은 다리 전체를 제작해 현장에서 하천 위에 얹을 수 있는 게 핵심이다.
양 사장은 “다른 회사에선 하천에 가서 조각조각 다리를 이어붙이기 때문에 자연을 훼손할 수 있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다리를 받쳐주는 강재 거더(girder)가 얇고 튼튼하기 때문에 다리 하부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 비가 많이 와도 다리 위로 물이 넘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을 적용한 ‘하이드로 라멘교(상하부 구분이 없는 거더·교각 일체형 다리)’는 현재 전국 300곳에 설치됐다.
양 사장은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핵심은 자체개발 상품이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다른 회사 제품을 사서 파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독창적인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디자인팀을 둔 것도 다리 디자인을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양 사장은 “앞으로 해양 관광사업 전망이 밝기 때문에 하천용 교각에 이어 해양구조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10년 뒤에는 1000억원의 매출을 내는 회사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원=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