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임직원들은 12일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한 가운데 전날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 시술을 받고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이건희 회장의 빠른 쾌유를 기원했다. 이날 아침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그룹 임직원들은 12일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한 가운데 전날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 시술을 받고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이건희 회장의 빠른 쾌유를 기원했다. 이날 아침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댓글 잘 안다는 사람인데 이번엔 간절하네요. 빠른 쾌유 바랍니다.” 30만 삼성 임직원들은 12일 이건희 회장의 쾌유를 바라는 댓글을 수없이 내부 인트라넷 게시판에 올렸다.

이런 바람 덕분인지 이 회장은 이날 아침 8시30분 ‘인공심폐기’로 불리는 에크모(ECMO·체외막산소화장치)를 뗐다. 전날 오전 1시께 삼성서울병원에서 심장혈관 확장술인 ‘스텐트’ 시술을 받고 입원한 지 30여시간 만이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에크모 제거 후에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뇌손상 등의 위험을 막기 위한 저체온 치료를 받고 있어서 삼성 측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13일까지 긴장을 풀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그룹은 이날 하루 종일 ‘스탠바이(대기)’ 상태에서 회사 업무를 진행했다.

◆홍라희 관장 하루 종일 자리 지켜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본관 3층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는 이 회장은 지난 11일 오후 자가 호흡을 회복한 데 이어 12일 아침엔 심장 기능이 살아나 인공심폐기를 떼냈고 이후에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삼성 측은 전했다.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브리핑에서 “저체온 치료를 위해 진정제 등을 투약해서 (이 회장이) 깊은 수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을 치료 중인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이날 “이 회장의 상태가 안정기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나 안전하고 완벽한 회복을 위해 당분간 진정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삼성그룹 관계자가 전했다. 의료진은 이 회장의 의식 회복을 서두르기보다는 일정 기간 진정 치료를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최소한 13일 이후에도 당분간 수면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정 치료는 수면 상태에서 진정제 등을 투여하는 치료를 말한다.

삼성 관계자는 “13일 의식이 회복될지 여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이 회장 곁엔 부인인 홍라희 리움 관장이 하루 종일 자리를 지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등은 병원과 회사를 오갔다.

◆임원들 출장, 술 약속 취소 잇따라

삼성 내부 인트라넷인 ‘싱글’엔 이 회장 쾌유를 응원하는 댓글이 이날 오후 3시까지 2000여건을 넘었다. 입원 사실이 알려진 지난 11일 오후 올라온 ‘회장님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합니다’라는 글에 댓글을 단 것이다.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들을 위해, 삼성을 위해, 회장님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라는 내용이 다수였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이 회장은 신경영으로 회사를 키우고, 2010년 경영에 복귀해 애플을 따라잡은 만큼 임직원들의 믿음과 존경심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계열사 CEO 중에는 해외출장을 미루거나, 외부와의 식사 약속을 취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한 CEO는 “그룹 차원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룹에 어려운 일이 있는 만큼 스스로 자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말 골프 약속은 지난달 세월호 사고 이후 대부분 없앤 상태다.

삼성은 정상적 업무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전략실은 이날 매주 월요일에 하는 팀별 주간회의를 차질 없이 진행했으며, 매주 수요일 열리는 사장단회의도 예정대로 연다. 이 부회장도 이날 아침 병원에 들른 뒤 예정대로 미래전략실 신임 임원들과 점심을 함께했다.

박영태/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