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MBA를 마치고 바로 창업에 나선 이현준 유캔펀딩 대표(오른쪽 세번째)와 전준하 부대표(네번째)가 13일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직원들과 업무 협의를 하고 있다. 유캔펀딩 제공
KAIST MBA를 마치고 바로 창업에 나선 이현준 유캔펀딩 대표(오른쪽 세번째)와 전준하 부대표(네번째)가 13일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직원들과 업무 협의를 하고 있다. 유캔펀딩 제공
국내 대학에 개설된 한국형 경영전문대학원(MBA) 졸업자 가운데 창업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기존 제조업 등이 아닌 참신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업종을 개척해 주목된다.

13일 각 국내 대학의 경영전문대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MBA 졸업자들은 경력전환을 목적으로 하는 기존 MBA 출신과는 다르게 창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원장은 “최근에는 경영기법을 배워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아직까지 경력전환에 비해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창업에 관심을 두는 학생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것은 MBA 출신이 색다른 업종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MBA 출신이 만든 기업 중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가장 높은 곳은 소셜펀딩업체 ‘유캔펀딩’이다. 이 회사는 KAIST경영대학 테크노 MBA를 졸업한 이현준 대표와 전준하 부대표가 2012년 만든 회사다. 소셜펀딩이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도록 개인들에게 소액의 후원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 대표는 경조사 부조금이나 각종 행사비를 보다 쉽게 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동기들과 논의하다 우연히 외국의 소셜펀딩에 관한 정보를 접했고 소셜펀딩 업체를 주제로 졸업논문을 작성해 학위를 받았다. 이후 두 사람은 소설펀딩업체를 직접 세우기로 결심했다. 유캔펀딩은 특정 아이디어 및 프로젝트 제안자가 목표금액을 설정하고 모금 내용을 공개하면, 네티즌이 소액으로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소셜펀딩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대표는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펀딩 프로젝트만 86개에 달하고 현재 국내 회원 수도 15만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창업하거나 창업동아리를 통해 창업하는 것보다 MBA 출신은 실전감각이 앞서 있다”며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현장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어 경쟁환경에서 유리한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MBA 출신 창업자들은 해외 진출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고려대 S³ Asia MBA 1기 졸업자인 고현식 대표가 세운 사모펀드 회사 ‘원 아시아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으며 해외 부동산 투자 및 개발, 헤지펀드 운용, 사모펀드를 통한 벤처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10개 지역에 투자센터를 만들고 있다.

2013년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를 졸업한 박찬경 대표는 MBA 동기인 이준형 이사와 작년 아프리카 진출기업 컨설팅 전문업체인 P&L International을 설립했다.

국내 MBA들도 창업과 관련된 커리큘럼을 최근 개설하거나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성균관대 SKK GSB에서는 창업과 관련해 벤처 캐피털, 기업가정신 등을 가르치고 있다. 동국대 MBA에서는 벤처기업 창업, 벤처파이낸싱, 프랜차이징 등 현장 중심의 창업교육 과정이 마련돼 있다. 동국대는 창업지원단 및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단과 연계를 통해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