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영치된 대포차 번호판. 한경DB
서울시에 영치된 대포차 번호판. 한경DB
‘도로의 유령’으로 불리는 100만여대의 대포차가 오늘도 전국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 대포차는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처럼 등록돼 있는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불법 명의 자동차를 일컫는다.

대포차는 대부분 의무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아 사고가 났을 경우에 피해를 보상할 방법이 없다. 교통사고를 내더라도 차를 버리고 도주하면 운전자를 확인할 수 없다. 대포차를 ‘도로의 유령’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대포차는 세금을 내지 않고 거래되며 가격도 실제 가격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해 주로 음성적으로 거래된다. 정부는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 18만대 등 전국에 100만여대의 대포차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포차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면서 정부는 지난해 6월 대포차 일제 단속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포차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 방침과는 달리 일선 현장에선 대포차 단속이 유명무실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불법 자동차 일제 단속에 나서 30만여대를 적발했다고 지난 8일 발표했다. 이 중 순수한 대포차 적발은 746대였다.

국토부는 13일 정기검사 3회 이상 미필이나 지방세 6회 이상 체납에 따라 번호판을 영치(압수)한 23만3350대의 자동차도 대포차로 추정할 수 있다며 전체 대포차 적발 대수는 24만대라고 발표했지만 번호판 영치 차량을 대포차로 추정하는 근거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경제적 이유 등으로 자동차세를 미납하는 경우까지 대포차로 포괄해 규정하는 것은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수차례 자동차세를 미납했다 해도 대포차로 규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전국의 번호판 영치 차량은 매년 20만대가 넘는다. 2012년엔 지난해보다 2만대가량 많은 25만대의 번호판을 영치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정부가 지금까지 매년 20만대가 넘는 대포차를 적발했다는 얘기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대포차는 상당히 줄어들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도 “번호판 영치 차량 중 대포차가 포함돼 있는 건 맞지만 어느 정도가 대포차인지 알 방법이 없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각 지자체에 대포차를 강력히 단속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일선 지자체의 설명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는 운행 중인 자동차를 단속할 권한이 없다”며 “대포차로 의심가는 차량이 주차돼 있을 때 대포차인지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경우 대포차 단속은 16명의 단속반원이 시내 곳곳을 다니며 일일이 차량 번호판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주행 차량을 단속하는 경찰도 도심 한복판에서 교통 체증을 유발하면서까지 대포차 단속에 나서는 건 쉽지 않다.

인력 부족에 효과적인 단속 시스템 부재로 대포차들은 오늘도 도로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